올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보면서 1931년 미국인들이 베이브 루스에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당시 루스가 미국대통령보다 5,000달러 많은 연봉을 제의 받은 데 대해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루스는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자면 내가 훨씬 낫지 않느냐"는 투로 대답했다고 한다. 이번 프로야구 FA시장에는 지켜보던 모든 구경꾼들이 놀랄 만큼 큰 돈이 투입되었고 선수들은 로또 당첨금에 버금갈만한 거액을 챙겼기에 누가 한번 물어봐 주었으면하는 생각이 들어서다.밀고 당기는 흥정도 없이 장이 서자마자 끝난 이번 FA 시장의 승자는 누가 봐도 선수다. 한 구단이 보상금을 포함해 45억원을 베팅하자 순식간에 72억원, 30억원, 22억원 등의 거액이 투입되는데 단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같은 팀에서 재계약한 FA선수까지 합하면 올 FA시장에는 약 192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기간이 3년에서 6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임을 감안하더라도 13명의 FA선수에게 지급될 한해 연봉총액은 만만찮은 금액이다. 여기에 이전 FA가 받는 연봉까지 합쳐보면 FA제도의 위력을 잘 알 수 있다. 그 위력은 FA당사자들에게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우선은 스토브리그 본 게임을 앞둔 재계약 대상선수 300여명의 기대치를 높여 팀 성적과 상관없이 내년 연봉총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FA보다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선수들 또한 가만히 앉아서 인상요인을 얻게 되었다. 이런 효과가 그대로 반영된다면 코칭스태프를 제외한 프로야구 선수연봉 총액만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올해 들어 유감없이 발휘된 FA제도의 위력은 구단에 적지않은 비용부담을 안겨 주었다. 물론 이를 만회할 만큼 수입이 늘어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올 시즌 입장수입, 중계수입을 포함한 프로야구의 총수입은 전부 합쳐도 2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데 내년에 갑자기 50억∼60억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가능성을 꼽자면 FA들이 각 팀에서 맹활약을 보여 프로야구 전성기의 붐을 되살리는 일이다. 다행히 이번 FA선수로 전력을 보강한 팀에는 그동안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해왔던 팀들이 포함되어 있다. 만일 이 팀들이 내년시즌에 흥미진진했던 지난 1995년에 버금갈 시소게임을 펼쳐 준다면 그 돈을 보상하고도 남는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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