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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능 복수정답 인정과정 투명 공개를

입력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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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학년도 수행평가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복수정답 인정사태를 보는 학부모의 입장은 착잡하다. 교육평가원(이하 교평원)은 당초 정답을 전문가들에게 심의한 결과 '3번'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서울대 불문학과 최권행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5번을 답한 수험생들이 다수의 세몰이에 나섰고, 시종 일관 '원리 원칙'만 고수하던 교평원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자문위에 출석한 최 교수에게는 17번 복수 정답으로 수혜를 입게 된 5번을 답한 딸이 있었다는 점이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입시에 관여하지 않음이 원칙이다. 결국 정답 이의 제기자이면서 5번 답을 한 학부모를 자문위에 출석시킴으로써 교평원은 공정성을 잃었다.

최종적으로 이 문제는 전문가 7인 중 4명이 '3번 정답', 2명은 '3번이 정답이나 5번도 될 수 있다', 1명은 '5번이 정답'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언어 영역은 보는 시각, 이해의 관점에 따라서 5개가 전부 답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언어 영역의 답을 찾을 때는 주어진 지문에만 충실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 가장 근접한 답을 찾으며 답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원칙을 고교 3년 동안 배운다. 이에 근거하면 '3번이 답이나 5번도 될 수 있다'는 말은 엄연히 3번이 정답임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유일하게 5번이 답이라고 한 사람은 최 교수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배경지식으로 17번 문제에 접근하여 풀어 나갔는데 학생들은 배경지식이 아닌 주어진 지문에 충실하라고 배워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교평원은 결국 최 교수의 문제 접근 방식을 수용한 꼴이 됐으며 결국 앞으로 수능의 복수 정답 시비는 계속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3번 정답을 선택한 아이들은 복수 정답 인정으로 인하여 수시모집에서 5번 정답자에 비해 평균 3∼4점 정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등급이 밀리게 된 상황이다. 빼앗긴 3∼4점 때문에 3번 정답자들은 학교가 바뀌고, 학과가 바뀌어야 할 처지이며, 또한 정시모집에서 탈락하게 될 경우도 많을 것이다.

3번 정답자들은 복수 정답 인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평원과 교육부는 묵묵무답이다. 한겨레 신문 3일자에는 "오직 17번 문제만 유일하게 평균 정답률 60∼70%와 달리 14%"라는 최 교수의 글이 실렸다. 17번 복수 정답 인정은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였다는 반증 자료로 이 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수능 정답률은 미발표가 원칙인데, 최 교수는 어떤 과정으로 위의 정답률을 알게 되었는지 그 또한 의문점이다. 3번 정답자들은 앞으로의 수능 파행의 반복을 차단하겠다는 의지 차원에서도 이번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모든 의혹을 밝혀달라고 요구한다.

이 명 희 수험생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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