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정상화된 국회에는 민생 못지않게 화급한 현안이 있다. 계속 미뤄 온 정치개혁이 그것이다. 정치권은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천은 외면해 왔다. 1년 여 전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정치자금의 투명화, 돈 적게 드는 선거, 상향식 공천을 위주로 한 당내 민주화, 원내정당화 등 갖가지 개혁안이 제시됐으나 실행에 옮겨진 것은 별로 없다. 각 당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여망에 따라 백가쟁명식으로 안은 내놓았지만, 의지부족에다 당권싸움 등 당내문제로 정작 실천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멀리 갈 것도 없다. 내년 총선의 게임 룰이라 할 수 있는 선거법마저도 제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를 현행대로 소선거구제로 할 것인지에서부터 국회의원정수, 선거구 인구의 상·하한선과 구체적 획정, 정당투표제 도입여부 등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게 없다.
그나마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자문기구인 범국민 정치개혁협의회가 어제 건의안을 내놓았지만 구속력에는 한계가 있다. 국회와 정치개혁특위가 당리당략과 기득권 때문에 주요사안을 결정하지 못할 경우 협의회의 의견을 취사선택, 신속히 입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개혁특위는 10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각 당과 협의회가 마련한 시안을 심의한다. 각 당은 주요사안 마다 입장이 달라 협상은 벌써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개혁은 말로만 떠들어선 아무 소용이 없다. 입법을 통해 제도화돼야만 실효성이 담보된다. 국회는 4년 전에도 선거구획정 하나를 스스로 해내지 못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별도 특위의 힘을 빌려야 했던 치욕스런 과거를 지니고 있다. 국회가 스스로 정치개혁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이 나올 경우 외부의 개입이 불가피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