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인 히치콕'으로 불리는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클로드 샤브롤(73) 회고전이 13∼26일 동숭아트센터, 내년 1월3∼18일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린다. 2000년 기타노 다케시 회고전부터 계속돼 온 '나다 감독주간 영화제'로 8회 장 뤽 고다르에 이은 아홉 번째 회고전이다.첫 번째 부인이 상속 받은 유산으로 28세 때 첫 영화 '미남 세르주'를 만든 클로드 샤브롤(73)은 최근작 '악의 꽃'(사진 왼쪽)까지 줄기차게 66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그가 집요하게 탐구한 것은 프랑스 부르주아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탐욕과 죄의식, 강박관념과 성적 억압이었다. 그는 '히치콕론'을 낸 평론가 출신답게 미스터리와 스릴러 형식을 빌어 평온한 삶을 살면서도 속으로는 성욕과 의심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부르주아의 위선을 드러냈다.
'클로드 샤브롤적(的)'이란 형용사는 오래 묵은 포도주처럼 섬세하면서도 관능적인 향기를 풍기는 샤브롤만의 스릴러에 붙일 수 있는 형용사다.
이런 탓에 그의 영화는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고, 트뤼포나 고다르 같은 누벨파그 특유의 재기와 실험성이 보이지 않은 탓에 비평가들로부터 적극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선사하는 서늘한 에로스와 서스펜스는 시간의 풍화력을 이겨낼 정도로 강하다.
이번에 소개되는 15 작품은 로카르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데뷔작 '미남 세르쥬'부터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악의 꽃'까지 샤브롤의 45년 영화 역정을 망라한 것이다.
삼각관계를 다루면서 질투심과 살의, 동성애 코드를 미묘하게 녹여낸 '암사슴'(1968), 실연의 상처를 안고 있는 시골 학교 교사 엘렌과 푸줏간 주인 뽀뽈의 로맨스에 연쇄 강간 살해 사건을 절묘하게 결합한 '도살자'(1969), 드골 정부의 부패상을 연상시키는 정치적 범죄를 에로틱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붉은 결혼식'(1973·사진 오른쪽), 무능한 부부와 거짓말하는 하녀를 통해 행복한 중산층 가정에 잠복한 비극성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의식'(1995) 등은 샤브롤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서울(02)766―3390. 부산(051)742―5377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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