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 지난달 대한민국영화대상을 필두로 바야흐로 영화상 행사가 잇따르는 시기다. 이곳 저곳에서 1년 동안의 한국영화를 결산하려는 이 마당에 필자 또한 잠자코 있을 수 없어 '2003년 대한민국 에로 대상'을 마련했다. 나름대로 수상작을 고르다 보니 올 한 해도 참 '에로적으로' 풍성한 한 해라는 흐뭇한 생각이 든다.체위상―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비디오 에로 영화에서 갈고 닦은 봉만대 감독의 내공이 세분화하면 10개 이상으로 나눌 수 있는 갖가지 체위로 구현됐다. 하나의 섹스 신에 여러 체위가 시시각각 자유자재로 변하는 연출력은 봉 감독만의 것이다. 결국 2003년 한국영화는 두 '봉 감독'이 양분한 셈이다. 비(非) 에로계에 봉준호가 있었다면 에로계는 봉만대가 있었다! (배우로는 봉태규?)
기술상―스캔들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는 작업 실력에 덧붙여, 실전에서 보여준 섬세한 손놀림과 상대방을 절정에 치닫게 하는 솜씨는 가히 기술상을 수여할 만하지 않소? 배용준, 과연 통하고도 남음이 있는 인물이오.
미스터리 에로상―올드보이 두 소녀가 있다. 한 소녀는 나이든 남자와, 한 소녀는 나이 어린 남자와 육체를 담보로 한 위험한 게임에 빠진다. 이 두 관계, 이 영화의 비밀이며 2003년 한국영화의 비밀이기도 하다.
절제상―싱글즈 20대 후반의 남녀들의 애정 행각을 다루면서도 단 한 장면도 직접적인 섹스 묘사가 없다니! 절제 차원을 넘어 득도한 영화?
선수상―질투는 나의 힘 배종옥과 문성근이 여관방에서 보여준 리얼한 '필'은, 헉헉거림 없이도 충분히 사실적인 여관방 장면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반면 반대편엔 선수는커녕 소파 위에서 누나한테 비벼대며 칭얼대기나 하는 박해일이 있다.
노력상―낭만자객 15세 등급을 받기 위해, 처녀귀신 5인방의 육체를 가릴 듯 말 듯 아슬아슬 곡예하듯 노출한 영화. 하지만 안타깝게도 18세 등급을 받았으니…. 하지만 그 노력만큼은 가상하다고 봐야 할까.
밝힘상―오! 브라더스 조로증에 걸린 녀석, 호기심 왕성하다.
공로상―대한민국 헌법 제1조 영화 초반부, 일명 '쓰메끼리'로 불리는 킬러 정세희가 등장한다. 한국 에로 비디오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 남겼던 그녀. 상대방을 복상사시키는 그녀는 가히 인간병기 수준이다.
잔혹상―플라스틱트리 말로 하긴 그렇고… 시간 나면 한 번 보시길.
에로 대상―바람난 가족 문소리―봉태규 커플의 섹스 유희? 바람 피는 남자 황정민의 망가진 섹스? 환갑 나이에 다시 회춘해 한 손에는 와인 잔 들고 정말 '찐한' 사랑 나누는 윤여정 여사 앞에선 모두 '깨갱'이다. 그녀가 말한다. "나 요즘 오르가슴도 느껴." 혹시나 2003년에 한 번도 '느끼지' 못하신 분들 계시다면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해 내년엔 '느낌 있는 한 해' '에로 뉴 이어!' 되시길.
/김형석·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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