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송(41·사진)씨가 두번째 시집 '섬들이 놀다'(창비 발행)를 냈다. 충남 안면도 출신인 그는 불교방송 PD로 일하고 있다.시편들은 대개 그의 직장이 있는 마포 고층빌딩에서 나왔다. '테트리스를 한다 마포 삼성아파트와 현대아파트 사이에 생긴 공간을 메우자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황조롱이2'에서) 같은 발상이나, '저녁 무렵 방송국 뒤 이층 카스타운에서 내려다보면 빨간 글씨 '이천쌀밥집'/ 개오동가지 아래 출입문이 있는 그 집, 쌜러리맨들이 몰려들다'('이천쌀밥집'에서) 같은 장면이 그렇다. "오늘 출연은 누구지?" "사랑과 평화요. 라이브도 한 곡 있어요." 같은 대화도 시로 옮겨진다.
그때 도시 생활의 환멸이나 혐오가 독하게 뱉어지는 것은 아니다. 담담하게 묘사하는 쪽이다.
그 조용한 서술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장씨가 지금 몸을 둔 건물과 '갯물과 민물이 만나는' 고향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를 보여준다.
빌딩으로 빽빽한 장씨의 시편에 언뜻 '물 빠진 천수만 개펄처럼 주름이 많은' 낙지할매나 '염부가 낮술을 하는' 바람 아래(안면도 포구 마을의 지명)가 보이는데, 다듬어지지 않은 서정적 정서가 흘러 넘치는 것이 그렇다.
도시의 벽과 바다의 섬 사이에서 부유하는 시인의 황망한 심정이 표제시 '섬들이 놀다'에서 만져진다. '빈 벽에서 먼 바다의 섬들을 보았다/섬들이 놀고 있다/우울했다가 심심했다가 깔깔대다가 눈물 흘리다가/사는 게 노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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