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8일 발표한 선거법 정당법 개정안은 의원 정수 증원과 지구당 폐지 등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부분들을 담고 있다. 특히 지역구의 대폭 축소, 인구 상·하한선 상향 조정은 각 당 및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는 사안들이다. 당연히 지역구 의원, 특히 인구수가 적은 농촌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할 게 불보듯 뻔해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의 여야 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전망이다.정개협이 비례대표 의원을 100명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국회의 각계 대표성 및 정책 전문성 강화, 지역구도 완화 등을 노린 조치다.
그러나 전체 의원수를 늘리면서도 지역구 의원수는 줄이자는 제안은 정당과 사회단체들로부터 모두 환영 받지 못할 소지가 충분하다. 당장 지역구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지역구 현행유지를 주장했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농촌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정개협이 제시한 안은 참고사항"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의원수 증원을 '국회의 밥그릇 늘리기'로 폄하해 왔던 터다.
인구 상·하한선 설정도 '뜨거운 감자'다. 정개협은 지역구를 199명으로 줄이려면 독립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인구수인 '인구 하한선'은 12만명, 선거구를 둘로 나눠야 하는 '인구 상한선'은 33만∼35만명 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의원과 출마 예정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설 게 확실해 정개특위에서 이 안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거 120일 전부터 선거운동을 허용, 사실상 선거운동기간을 늘린 것은 선관위 안에 이미 들어있던 내용으로 정치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조기 과열 및 혼탁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정개협은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낮추도록 권했지만 청년층의 호응도가 낮은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비례대표 결정시 외부인사 참여를 의무화하고 국민경선제를 정당법에 명시키로 한 것은 후보 선출 과정의 투명화를 위한 획기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돈 안드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정치인의 축·부의금과 정당 집회에서의 교통비 및 식사 제공, 합동·정당 연설회를 금지키로 한 것도 의미가 크다.
지구당 폐지는 여야가 이미 대충 합의한 사항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고비용 정치구조의 해소를 위한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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