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내년 4월 총선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입당 시기를 늦출 수 있음을 밝혔다. 내년 전당대회(1월 11일) 전 조기입당을 주장해왔던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혹스러워 했다. 일부는 체념하는 모습이었지만 '조기 입당론'을 고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런 저런 요청이 있기는 하지만 입당 문제는 소위 측근 비리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후에 국민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윤태영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윤 대변인은 특히 '수사 마무리 시점'에 대해 "특검까지 포함해 측근비리의 전모가 포괄적으로 밝혀지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입당은 이르면 특검 1차 수사가 끝나는 내년 2월 하순∼3월 초순, 늦으면 특검 2차 수사가 끝나는 내년 4월 초순이 돼서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직 어떤 시기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입당 시기는 매우 불투명함을 강조했다.
지난 주말만 해도 "전략적으로 좋은 시점에 입당하겠다"며 입당 애드벌룬을 띄웠던 노 대통령이 불과 며칠 만에 입당 시기를 멀찌감치 뒤로 미뤄놓은 것은 우선 입당이 우리당에 부담이 되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특검 수사에서 어떤 '악재'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입당했다가는 자칫 총선정국에서 우리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달리 "내년 초 벌어진 우리당 당권 경쟁에서 '노심(盧心)'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입당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은 "측근 및 장관들의 총선 징발 등을 통해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야당의 공세를 무디게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우리당은 당혹해 했다. 오전만 해도 "대통령의 입당 시기를 마냥 늦출 필요가 없다"던 김원기 공동의장은 노 대통령 발언을 전해 듣고는 "측근비리 수사가 시작되는 마당에 입당하기는 어렵고 강요하는 것도 무리"라고 한발 물러섰다. 정동채 홍보위원장도 "대통령 입당을 학수고대하고 구세주 오는 것처럼 할 필요가 없고 구세주는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짐짓 표정을 관리했다.
그러나 김근태 원내대표는 "대통령 입당을 계기로 개혁 세력이 협력, 총선승리를 이루자는데 의미가 있는 만큼 대통령은 예산안이 통과된 뒤 입당하는 것이 좋다"며 조기입당을 주장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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