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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첫눈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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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첫눈을 조심하라

입력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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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제법 세상이 하얀 그 모습도 보기가 참 좋다. 대개 첫눈은 내린 것인지, 안 내린 것인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법인데 올해는 제법 눈다운 눈으로 첫눈을 장식했다. 올 겨울 서울 사람들 복 받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니 이번 겨울 선행 또한 많이 하라는 뜻일 것이다.첫눈 하면 나는 어김없이 내 고향 대관령의 겨울 길 풍경 하나를 떠올린다. 아마 우리나라에, 또 세계적으로도 이보다 더 시적인 교통표지판이 없을 것이다. 이미 만산에 단풍이 지고 땅 위에 낙엽이 흩날리는 늦가을,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둔내에서 대관령 쪽으로 달리다 보면 곳곳에 이런 임시 교통표지판이 서 있다. '첫눈 조심'.

처음엔 그 말이 궁금했다. 그냥 '눈길 조심'하면 될 걸 왜 하필이면 첫눈을 강조하며 조심하라는 것인지. 나는 그것을 내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눈은 모두 첫눈이다. 언제 첫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울지 모르니 과속하지 말고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늘 마주치면서도 이렇게 '첫눈'처럼 조심해야 할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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