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검찰은 기업 수사를 통해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하고 전달한 정치인을 수사하는, 이른바 상향식 수사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8일 서정우 변호사의 긴급체포는 검찰의 수사 방향이 180도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서 변호사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선회하기 시작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몇가지 해석이 나온다.우선 가장 큰 가능성은 썬앤문그룹 수사의 영향이다. 썬앤문 수사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가 맞닿아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내년 1월 특검 수사 개시를 앞두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썬앤문 수사를 통해 뭔가 '대어'를 낚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온 '균형수사'를 떠올려 볼 때, 검찰이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측을 파고드는 것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썬앤문 자금 수수와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인 것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기업 수사 과정에서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단서가 포착돼 서 변호사를 긴급체포한 것일 뿐, 어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검찰이 수사에 급피치를 올리는 이유로 특검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검찰이 권한쟁의심판까지 고려하며 반대를 한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특검을 강행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온 검찰이 굳이 오해살 일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검찰이 기업수사를 조기 종결하는 방안으로 이 전 총재측을 먼저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서 변호사가 기업과 한나라당과의 매개역할을 해 수순상 그의 사법처리는 예고됐었다는 얘기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서 변호사의 긴급체포는 갑작스런 것이 아니라 예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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