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죽임 당하지 않길 원하듯 남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이런 덕목만 지켜도 평화가 이루어질 겁니다."국내에 '거지 성자'로 알려져 있는 독일인 페터 노이야르(62·사진)씨가 방한했다. 전재성 한국팔리성전협회 대표가 석가모니 시대 언어인 팔리어로 된 초기불교 경전 '맛지마 니까야'(한역 중아함경에 해당)를 한글로 완역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의 인연은 전씨가 1982년 유학 간 독일 쾰른 대학에서 노이야르씨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집 없이, 돈 없이, 여자 없이'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전씨는 1999년 '거지 성자'란 책을 통해 한국에 소개했다. 이번이 그의 세 번째 방한이다.
1941년 독일 라인란트팔츠에서 태어난 순수 독일인인 그는 부처의 가르침대로 철저한 두타행(頭陀行·고행)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쾰른대 중앙도서관 앞 숲에서 잠을 나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책을 한 뒤 7시께 대학근처 슈퍼마켓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얻어 하루 한끼의 식사를 해결하고 낮에는 도서관에서 불경뿐만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 유교 등 여러 종교의 경전을 공부한다.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알게 된 진리를 나누어 준다.
8일 서울 조계사 앞에서 만난 그는 "불교는 실천적 측면이 강해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다 보면 놀라운 지혜와 영감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영국의 선원에서 선(禪) 불교를 접했지만 팔리어 경전이 부처님 가르침의 뿌리임을 알고 남방 상좌불교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맛지마 니까야'의 번역으로 한국인들도 근본 불교의 풍부한 원천을 접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그는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불교 수행으로 조용히 앉아 호흡을 관찰하는 방법을 권했다.
노이야르씨는 12일 오후 2시 불교방송 대법당에서 열리는 '맛지마 니까야' 완간 기념 봉정식에서 축사를 하고 3개월 동안 국내에 머물며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 등과 만날 예정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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