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일어난 대형 조난사고는 갓 투입된 대원들이 강풍과 강설 등 남극 특유의 악천후를 극복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산 등을 이유로 쇄빙선 등 필수장비를 갖추지 못했던 점도 주된 원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1차 조난
10여일간의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6일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된 강천윤 부대장 등 8명은 이날 오후 1시10분께 고무보트 세종1,2호에 귀국하는 16차 월동대원 24명을 태우고 세종기지를 출발했다. 출발 당시 풍속은 초속 10m정도. 40분 뒤 칠레 공군기지에 귀국 대원들은 내려준 대원들은 '운항 조건이 좋지 않은' 세종2호를 시작으로 오후 4시25분부터 20분 간격으로 귀환 길에 올랐다. 뒤늦게 출발한 세종1호가 1시간 뒤 기지에 도착했으나 먼저 떠난 세종2호는 심한 강설과 험한 파도로 항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인근 중국 장성기지로 향한다는 무전통신을 한 뒤 오후 5시30분부터 통신이 두절됐다. 그러나 세종2호는 지속적으로 구조신호를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오전 8시30분께 강 부대장이 '탑승 대원 3명 모두 무사하다'는 무선을 보냈고 이후 2차례 교신 신호가 감지됐으나 오후 3시30분 미약한 신호가 수신된 후 연락이 끊겼다.
2차 조난과 사고 원인
세종기지측은 기상 상황이 호전되자 전재규 연구원 등 5명으로 수색대를 구성, 오후 7시께 세종1호를 타고 수색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오후 8시20분께 칠레 기지를 지나면서 알드리섬을 수색하겠다는 세종1호는 30분 뒤 '물에 빠졌다'는 무선교신을 끝으로 통신이 두절됐다.
이번 사고는 강풍과 강설 등 남극 특유의 악천후가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구원들이 6,7일 칠레기지와 세종기지 사이에서 조난사고를 당했을 당시 이 지역은 최대 풍속이 초속 18∼20m에 달할 정도로 강풍이 몰아친 데다 세찬 눈이 내려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대료가 10억원 가량인 쇄빙선 등 필요한 장비를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천후가 지속되는 남극에서 연구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정부 당국이 예산을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처음 조난사고를 당한 세종2호는 해수부측이 '운항조건이 좋지않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보트상태가 열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4명 생존, 1명 사망 확인
8일 오전 10시20분께 칠레 기지 앞 알드리섬에서 러시아 수색대가 2차 조난자 5명 중 전재규씨는 사망하고 나머지 4명은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 생존자들은 보트가 좌초된 후 인공구조물에서 대피하고 있다 러시다 수색대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기지와 남극세종기지 사이에는 풍랑이 높고 잦은 일기 변화 때문에 각국 대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인공구조물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생존자는 수색대와 함께 칠레 기지로 후송됐다.
러시아 수색대 측은 강 부대장 등 세종 2호에 탔던 1차 조난자 3명도 육지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생존자가 7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색대는 조난자들이 육지에 있을 경우 3∼4일은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지속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세종기지
세종기지는 남극대륙과 주변 해역의 광물 및 생물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1988년2월17일 만들어진 연구기지다. 서남극 남쉐틀랜드 군도 킹조지섬과 넬슨섬으로 둘러 싸인 맥스웰만 연안에 있으며 남위 62도13분, 서경 58도47분에 위치한다. 현재 숙소 2동 등 18개 동의 건물이 있으며 기지 규모는 2,357㎡이다.
남극에는 현재 세계 26개국에서 운용하는 45개의 상주기지와 37개의 하계기지가 있다. 상주기지는 겨울을 포함해 1년 내내, 하계기지는 여름에만 각각 운용된다. 세종기지는 상주기지이다.
세종기지에는 현재 윤호일 대장, 강천윤 부대장 등 16명이 일하고 있다.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대학의 전문가로 구성된 대원들은 1년간 기지에 상주한다. 이들은 지진파와 지구자기 고층대기 등의 관측과 석유 등 남극 주변의 광물자원 분포 연구, 남빙양 생물자원 생태 분석 등을 맡는다. 매년 1월에는 대학과 연구기관 공동의 하계 연구대가 추가로 파견돼 2개월 동안 킹조지섬 인근 및 웨델해에서 연구활동을 펼친다.
세종기지의 연간 운영비는 30억원 이상이며 매년 11월부터 1년간 사용될 연구장비와 각종 소모품이 매년 9월에 부산항을 통해 현지로 수송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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