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태(45·사진)씨는 1992년 등단한 뒤 장편소설 6편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인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94년 오늘의작가상을 받았다. 그가 등단 11년 만에야 단편 9편을 묶은 첫 소설집 '무서운 밤'(문이당 발행)을 펴냈다.소외된 고졸 실업자들의 비애를 다뤘던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 등 변두리 인생을 조망해 온 그이다. 늦은 창작집에서도 변방에서 서성거리는 우울한 군상을 통해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무기력한 심정과 타락한 욕망의 사회 구조를 함께 고발했다.
표제작 '무서운 밤'에서 변변한 배경도, 능력도 없는 화자와 친구는 도시의 밤거리를 떠돌며 실패한 연애에 관해, 착한 우리들이 왜 되는 일이 없는가에 관해 얘기한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에서 유도장을 차리고 싶다던 석철은 수감 중이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던 광호는 군 복무 중 탈영병의 총에 맞아 죽었으며, 화자는 꿈이 무엇인지도 기억할 수 없다.
'서울, 1994년 여름'에서 화자는 아내와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바퀴벌레 같다고 생각하며, '박'은 약사인 아내에게 기대어 사는 처지를 한탄하고, 젊은 여자는 미국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와 우울해 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열정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작가는 "단순한 낙오자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속물성, 야비한 경쟁구조에 몸 섞고 싶지 않아 지레 변방으로 망명해 버린 이들"이라고 변호한다. "그들을 연민하긴 하면서도 사회로 들어가라고 권할 마음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아침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임영태씨 소설의 막막함은 그의 소설 속 인물처럼 "무서워!"라고 외치게 한다. 그 무서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이는 것이 임씨 소설의 과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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