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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없는 돈, 은행으로 오라" 예금금리 올려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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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없는 돈, 은행으로 오라" 예금금리 올려 유혹

입력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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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최근의 실세금리 인상이 예금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6조원 규모의 장기주택마련저축 자금을 재유치하고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14조원 규모의 금융채 상환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도 강하다.최고 0.45%포인트까지 인상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1조원 한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예금금리를 기존 정기예금보다 0.45%포인트 올렸다. 은행권 중에서 가장 높은 인상폭이다. '우리사랑 레포츠 정기예금'의 경우 만기 1년 이상은 연 4.65%, 18개월 이상은 연 4.70%, 2년 이상은 연 4.90%, 3년짜리는 연 5.10%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2002년 하반기에 주택담보대출 늘리기 경쟁을 벌이면서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금융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며 "당시 발행한 금융채 만기가 속속 돌아와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예금금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특판 상품이 아니라 아예 정기예금 금리를 7일부터 최고 0.2%포인트 올렸다. 1년짜리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은 연 4.5%, 1억원 이상은 연 4.6%씩 기존보다 0.2%포인트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1년짜리 '기쁜 날 정기예금'은 0.1%포인트 올라 500만원 이상은 연 4.5%, 1억원 이상은 연 4.6% 금리가 적용된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도 대표적인 적립식 예금인 7년짜리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예금금리를 4일부터 연 4.8%에서 연 5.0%로 0.2%포인트 올렸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수신금리의 기준이 되는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9월28일 이후 연 4.0%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 예금규모가 3,000만원을 넘는 예금자에게는 고객 우량도에 따라 영업점장 재량으로 최고 0.4%포인트까지 금리를 얹어주고 있다.

대출금리도 인상, 고정금리 대출 증가

예금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금리도 7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는 9월 연 5.97%에서 10월에는 6.0%로 0.03%포인트 상승해 3월 이후 7개월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8월말 연 3.85%였던 CD 금리는 5일 4.33%로 뛰었고, 이에 따라 CD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연 5%대에서 6%대로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은행권 대출금리가 상승 움직임을 보이자 가계 대출 가운데 고정금리(3년 만기의 경우 연 7%대 수준) 대출 비중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변동금리 상품보다 0.5∼1%포인트 높은 금리를 부담하더라도 금리인상을 예상해 고정금리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고정금리 대출은 6월 전체의 21.2%에 불과했으나 9월에는 24.5%, 10월에는 27.3%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기존에 받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경우 대출금의 1∼2%에 달하는 각종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심우성 재테크팀장은 "콜금리가 내년에도 크게 오를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단지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 상품'이라는 교과서적인 원칙을 따를 필요는 없다"며 "다만 내년 시판 예정인 모기지론이나 장기대출 상품은 연말정산을 통해 세제혜택을 얻을 수 있으므로 단기인 변동금리 상품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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