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합니다."의문사진상규명대책위원회 허영춘(63) 위원장은 7일 "수십년에 걸쳐 진상규명 작업을 벌이면서 혈육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결국 모든 생명은 존중돼야한다는 평범한 진리에 이르게 됐다"며 자신을 비롯한 대책위소속 유가족 12명이 서울대 의대에 장기 및 시신기증서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와 시신을 내놓기로 한 유가족은 군 의문사를 당한 허원근 일병의 아버지인 허 위원장 외에도 한진중공업 초대 노조위원장으로 병원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 박창수 열사의 어머니 김정자(61)씨, 사상계 발행인으로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사한 고 장준하 선생의 차남 호성(51)씨, 전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의 장남 최광준(39) 경희대 법대 교수 등 모두 12명이다.
허 위원장은 "내년 6월이면 2기 의문사위도 조사 기한이 만료되는데 대부분의 사건이 신뢰할 수 없는 초기 부검 결과 때문에 진상 규명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법의학 발전을 위해 우리의 시신이 쓰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아들의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의문사위 출범 초기부터 혼자 법의학 서적을 찾아 읽는 과정에서 부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의문사위는 유족들의 뜻을 받아들여 최근 독립기구 설치와 전문 법의학 인력 양성을 위한 사인확인제도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허 위원장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결국 시신이 기증되고 이를 토대로 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의문의 죽음이 양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억울한 죽음으로 인한 원혼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유족들이 먼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장기·시신 기증서 전달식은 9일 오전 11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회의실에서 유족들과 한상범 의문사위 위원장, 황상익 비상임위원(서울대 의대 교수) 등의 참석 하에 개최된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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