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관한 특검법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국회에서 재의결됨에 따라 정국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모두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측근비리 수사가 총선에 미칠 영향의 득실 계산에 분주한 가운데 재의결로 수세에 몰린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야3당 공조 가시화와 국민지지도 부진으로 위기감에 휩싸여있다.이러한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한 열린우리당의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예견되고 있다. 첫 번째로는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공식적으로 입당하는 것이다. 우리당이 실질적인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정협조 부재로 정책입안 및 결정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공식입당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여 당적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새로운 실험'을 한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정국 혼란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정치개혁과 정국안정을 위한 우리당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책임정당정치의 실종 때문이다.
대통령의 당적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편리한가를 따져 결정하는 전략적 문제가 아니라 현대정당정치의 기본인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야당의 공세가 두려워 입당을 회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비록 우리당이 의석수는 적지만 대통령이 필요할 때 야당과의 공조를 주도할 수 있고 정부와 함께 정책대안을 마련해 정국을 뚫고 나갈 수 있다.
수세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당의 두 번째 전략은 내각과 청와대의 쇄신이다. 국면전환용 형식적 개편이 아닌,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을 볼모로 한 국정운영의 혼란이 한나라당에 의해 초래된 바 크지만 청와대와 내각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인적 쇄신 과정에서 코드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코드인사의 가장 큰 폐해는 대통령의 언로(言路)가 차단돼 점차 국민과 유리된다는 것이다. 같은 코드의 사람끼리만 논의하다 보면 코드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코드를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코드인사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여 명확히 선을 긋는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남'과는 타협하지 않으려는 아집을 낳는다. '우리'만이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기에 개혁은 '우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게 한다.
노 대통령은 "동업자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의견이 맞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면서 직접 경험한 인연을 맺은 사람 가운데 책임 있는 직책을 맡기려고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청와대의 핵심 측근들이었던 양길승, 최도술, 이광재 등이 비리 혐의로 구속 혹은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정원장 후보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실패했다.
이제는 코드인사에 의한 측근정치의 문제점을 인정하자. 야당과 보수언론의 트집잡기의 희생양으로 억울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권 출범초기에 강조되었던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필요하다. 요즘은 인터넷과 전문집단의 공개 추천을 받는지,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균형감각과 경륜이 있는 인사에게 개혁을 맡겨 '안정적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 어떨까. 야당과 인적 개편을 논의하여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개혁이 소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은 버리고 개혁에 동참하는 풀을 넓혀 '개혁'과 '통합'을 동시에 이루는 전략이 더불어 사는 길이다.
윤 종 빈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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