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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베데스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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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베데스다의 꿈

입력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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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네 명의 청년과 그들의 음악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베데스다와 함께 경험했던 '그 무엇'을 잊지 않고 있다.대전의 성세 재활학교를 졸업한 네 명의 동창생이 베데스다 현악 4중주단을 창단한 것은 1976년이었다. "음악은 돈 많이 드는 공부"라는 선입관이 강한 우리 현실에서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소년들이 가난한 자취방에서 4중주단을 만들었다는 것은 색다른 뉴스였다.

그러나 그들은 '색다른 존재'로 머무르지 않았다. 연민과 호기심으로 연주회장에 갔던 사람들은 가슴을 울리는 '그 무엇'을 경험했다. 작곡가 백병동씨는 그들의 연주를 듣고 "테크닉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앙상블에는 네 명의 마음에서 똑같이 우러나오는 그 무엇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아마비의 장애를 이기고 첼로의 황제가 된 피에르 푸르니에는 81년 베데스다의 연주를 듣고 "그들에겐 음악에 대한 사랑과 삶의 기쁨을 전하는 영혼의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 청년에게 "살기위해 음악을 하지 말고 행복하기 위해 음악을 하라"고 당부했다.

'그 무엇'이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다. 79년 서울 정립회관으로 이사한 베데스다는 유명한 교수들의 개인지도를 받았다. 바이얼린의 김민 서순정 김남윤 교수, 비올라의 이재옥 최승룡 교수, 첼로의 이종영 교수 등 쟁쟁한 연주가들이 베데스다의 연습실을 찾아가 무료로 그들을 가르쳤다.

'그 무엇'이 계속 기적을 일으켰다. 82년 그들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성세재활원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그들은 검정고시로 중고 졸업자격을 딴 처지였다. 신시내티 음악대학은 그들의 연주 테이프를 듣고 장학금을 약속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아산재단을 통해 6년간 생활비를 지원했다.

'그 무엇'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베데스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메마른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움직였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 시절에 베데스다에 관한 기사를 썼던 나는 이십 여 년 만에 베데스다의 연주를 들으며 '그 무엇'이 바로 꿈의 힘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난과 장애에 굴하지 않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으려 했던 네 소년의 꿈,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왔던 많은 사람들의 꿈이 바로 '그 무엇'을 만들어 냈다고 나는 믿는다.

가장 먼저 꿈을 꿨던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 강민자씨다. 그는 우연히 성세재활원앞을 지나다가 장애 청소년들을 보았고 "저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쳤으면"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무료 지도를 자청했고, 소년들의 가슴에 희망의 씨를 뿌렸다.

베데스다 4중주단 창단을 주도하고 3년 간 강훈련을 시켰던 고영일씨, 정립회관에 숙소와 연습실을 마련해 줬던 황연대씨, 신시내티 대학 유학을 주선했던 신동옥 교수, 유학생활을 돌봐 준 김태경 목사, 베데스다를 도운 사람들은 모두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베데스다의 네 사람은 모두 음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차인홍(46·바이올린)씨는 미국 라이트 주립대 교수가 되었고, 이강일(48·바이올린)씨는 수원시립 교향악단 단원이고, 신종호(47·비올라)씨는 구리시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일했고, 이종현(45·첼로)씨는 대전시립 교향악단 단원이다.

차인홍씨가 자서전 출판을 위해 일시 귀국한 것을 계기로 그들은 정읍 보령의 아산병원 등에서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열 살이 채 안된 소년들로 재활원에서 만나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하며 같은 꿈을 꾸었던 그들은 40대의 음악인으로 다시 만나 부드럽고 따듯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고, 꿈 꾸는 사람들을 도우며 같이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야 따듯한 나라가 된다. 베데스다는 요한복음에 나오는 '은총의 샘'이다. 은총은 꿈 꾸는 사람, 꿈 꾸는 사람을 돕는 나라를 찾아갈 것이다.

/본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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