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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세균/"세균은 백해무익" 편견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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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세균/"세균은 백해무익" 편견을 버리세요

입력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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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아이, 락토바실러스 김치, 젓갈리 바실러스, 대전엔시스, 진주엔시스…. 생소하기는 해도 왠지 모르게 귀에 익숙한 이런 이름은 모두 한국인이 처음 발견한 세균이다. 이처럼 우리말 이름을 가진 세균이 2000년 이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세계에서 새로 발견된 세균 280종 가운데 10%가 넘는 29종을 우리 과학자가 발견했다. 세균은 자연계에 수백만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종은 6,000여종에 불과한 실정이다.세균은 식품을 오염시키고 인간을 질병에 걸리게 만드는 백해무익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 생활에 매우 유익한 역할을 하는 '백색 세균'이 많다. 우리 식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김치, 막걸리나 소주, 청국장·된장 등 장류, TV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하는 감식초 등은 모두 유익한 세균이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세균은 항생물질, 항암물질 등의 생리활성 물질과 효소 등 유익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공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세균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하고 산업용 바이오 소재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세균의 출현

46억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에 세균이 출현한 것은 35억년 전.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고 이산화탄소에서 유기물을 합성해 산소를 방출하면서 지구상에 세균이 처음 등장했다.

세균의 크기는 매우 다양해 작은 것은 0.2㎛(0.0002㎜) 정도에서 큰 것은 80㎛에 이른다. 이렇게 작은 세균은 현미경을 이용해야만 볼 수 있다.

세균의 가장 큰 특징은 번식력이 강하다는 것. 세포분열이 놀랄 만큼 빨라 대장균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서 20분마다 2배로 증가하며 하루에 72번의 분열을 할 수 있다. 우리 몸에 있는 세균의 수는 우리 몸의 세포 수와 비슷해 인간의 몸은 그 자체가 세균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 속에만도 700종이 살고 있고 대장에는 400여 속(屬) 1조개의 세균이 기생하고 있다.

세균은 환경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100도의 끓는 물, 온천·화산 등의 고온 지역, 강한 산성이나 알칼리 지역, 소금 농도가 높은 지역, 방사능 지역, 빙하 지역 등에서는 인간이 살 수 없지만 이런 극한 환경을 더 좋아하는 세균도 있다.

'스트렙토코커스 미티스'라는 세균은 진공과 방사선, 영하 200도를 오르내리는 극한에서도 견뎌낸다. 이 세균은 아폴로 12호 승무원이 달에 착륙해 있던 무인 탐사선 서베이어 3호에 부착된 카메라를 떼어 지구에 귀환했을 때 카메라 속에서 발견됐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온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세균은 121도의 고온에서도 증식하는 '스트레인121'이다.

유익하게 쓰이는 세균

세균 중에는 우리 몸에 유익한 희귀 물질을 포함한 것도 있는데, 이러한 물질을 생명공학 기술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세균이 고부가가치 의약용 단백질 생산과 효소, 생산균주 등 첨단 바이오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극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세균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소재로 인정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DNA를 대량으로 증폭하는 데 사용되는 효소. 72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세균에 의해서 생산되는 이 효소는 그 시장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다.

또 세균은 항생물질을 비롯한 다양한 유용물질을 만들어낸다. 세균을 이용한 항생제 원료의 시장규모는 연간 6조원대를 넘고 있으며, 코리네박테리움 그루타미컴균주가 생산하는 라이신, 구루타민 등의 아미노산과 기타 유기산과 비타민 등의 미생물 발효 물질도 이미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 세균은 해양오염물질을 분해해 적조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적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세균은 1%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자연계에 있는 세균을 직접 배양하지 않고 세균의 게놈을 직접 추출해 유익한 특성을 이용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세균의 게놈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운반체에 실어 배양이 잘되는 대장균에 주입해 대장균에서 새로운 기능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몇몇 회사에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항생물질을 인디루빈, 테라진A,B 등을 만들어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오태광 미생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 윤정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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