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출마를 강요할 생각도, 권한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언명했음에도 관가의 술렁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연말 개각은 넘기더라도 내년 초 2차 개각 때에는 장관들이 총선에 차출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마설이 나올수록 장관들은 "생각 없다" 며 거세게 손사래를 치고 있다.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은 연말 청와대 개편에서 수석·보좌관의 대폭 교체 등 큰 폭 움직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이 소폭에 그칠 경우 청와대 쇄신 없이 국정쇄신을 단행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야당 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에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아직 비서실 개편의 최종 향배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개편에서 최고 관심사는 문희상 비서실장의 거취이나 현재로서는 유임쪽 기류가 강하다. 노 대통령은 아직 특별한 언질을 주지 않고 있고 문 실장측도 최근 '총선불출마'를 강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청와대에서는 12월 개편에서 소수의 수석·보좌관 변동은 있을 것이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유인태 정무수석의 경우 청와대 내부에서도 충북 제천 출마 요구가 거세고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정찬용 인사보좌관도 일단 유임 쪽이나 우리당의 출마요구가 막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10개월간 업무에 대한 문책이 반영될 수도 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이번에 유임이 확실시 되나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월 이후 징발설이 거세질 경우 변동 가능성이 있다.
비서관급에서는 서갑원 정무1, 김현미 정무2, 박범계 법무, 윤훈렬 행사기획 비서관의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윤태영 대변인과 천호선 정무기획비서관은 불출마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정책실 경제·비경제 부처 담당 수석제를 부활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등 정책실의 각 부처 관리 체제 개선이 중점 논의되고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사회부처
노 대통령이 강금실 법무장관의 '징발' 가능성을 부인함에 따라 교체 대상 각료가 윤덕홍 교육부총리, 권기홍 노동장관,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 등 2∼3명으로 압축됐다.
강 장관에 대해선 노 대통령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딱 잘라 말하겠다"면서 "출마도 개각 대상도 아니다"라고 손을 들어줬다. 강 장관도 법무부 간부들에게 '출마하는지 내기할까요'라고 농을 건넬 정도로 유임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내년 초 검찰 인사의 대폭 물갈이를 앞두고 있어 강 장관을 그대로 두는 게 더 현 정부로서도 나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강 장관의 징발을 여전히 강력 추진하고 있어 내년 초 2차 개각 때에는 유임을 장담할 수 없다. 박순용 전 검찰총장, 송종의 전 대검차장, 김경한 전 서울고검장, 최병모 민변 회장 등 후임 하마평도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윤덕홍 부총리의 교체가 확실시되고, 서범석 차관의 출마설(전남 광양)도 거론되고 있다. 노동부도 권기홍 장관(대구 수성)과 박길상 차관(충남 청양·홍성)이 모두 총선에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대 열린우리당 노동특위 위원장,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철영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한명숙 환경부 장관은 "총선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해오다 최근 '장관직 고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김화중 복지부 장관도 교체설이 끊이지 않으나 "내년까지 자리에 있겠다"고 간부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경제부처
노 대통령이 신임을 표시한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유임이 확실시 되는 등 예상보다 교체 폭이 미미할 전망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빛을 볼 때가 됐는데 바꿀 수 없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도 내년 1·4분기는 우리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분기점인데다, 투신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경제팀 수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차출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막판 변수가 남아 있다. 본인도 유임을 희망하지만 차출된다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는 상태다. 차기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노 대통령이 각별히 신임하는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과 현 경제각료중 최고참(행시7회)인 장승우 해수부 장관이 우선 거명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관료중심의 경제팀을 개혁적 마인드를 가진 인사들로 재편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어,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도 거론되고 있다.
경제장관들 중에는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의 교체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핵폐기장 정책의 혼선에 대해, 최 장관은 부동산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윤 장관이 교체될 경우 오영교 KOTRA 사장과 오강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산자부 차관 출신인 이희범 서울 산업대 총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최 장관이 바뀔 경우 후임으로는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 손학래 전 철도청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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