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은 단연 아사히 TV의 '뉴스스테이션'이다.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국 같으면 사담이나 잡담으로 생각될 내용도 거침없이 방송한다. 또한 여당인 자민당 장기집권에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18년 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구메 히로시(久米宏·사진)의 솔직한 자기 주장과 파격적 진행에서 비롯한다. 이 때문에 구메는 일본 우익 정치인에게는 늘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일본도 뉴스 진행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금기시한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을 생각해서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 주재 일본 외교관 사망사건이 일어난 후 구메는 "저는 일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합니다"라고 '뉴스 스테이션'에서 정식으로 의견을 밝혔다. 보통 때 같으면 우익 정치인들의 쓴 소리가 이어졌겠지만 이들도 때가 때인 만큼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별 반론이 없었다.
이런 '뉴스 스테이션'의 보도 전략은 권력에 대한 비판보다는 정치에 불신을 가진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상업적 의도가 보다 강하다. 즉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에 비판적인 것이 타사와의 차별화와 시청률 획득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뉴스 스테이션'의 상업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사이타마(埼玉)현 도코로자와(所澤)시의 다이옥신 보도 소송이다. 이 소송은 1999년 2월 '뉴스 스테이션'이 도쿄 인근의 쓰레기 소각장이 밀집한 도코로자와시의 녹차가 다이옥신 오염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를 마치 이 지역 전체의 야채류(특히 시금치)가 심각히 오염된 것처럼 보도해 도코로자와시에서 생산된 야채값이 폭락한 데 따른 소송 사건이다.
'뉴스 스테이션'의 보도로 피해를 입은 도코로자와시 야채재배 농가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5년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는 10월 '뉴스 스테이션'의 패소를 결정했다.
무심히 던진 방송 진행자의 말 한마디가 여론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방송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5년 전 구메의 추측 보도에 대해서는 법원이 야채재배 농가의 손을 들어 줬지만,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한다고 밝힌 구메의 파병반대 주장은 최종적으로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김경환 일본 조치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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