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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노점상 철거 1週 / 황학동 휴일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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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노점상 철거 1週 / 황학동 휴일 르포

입력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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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팔 수 있을 때 까지는 팔아야지요."청계천 노점상을 강제철거한지 1주일이 지난 7일. 강력한 단속으로 주중 찬바람만 불었던 황학동 벼룩시장이 예전 도깨비시장 모습 그대로 노점상으로 가득 찼다. 영하의 칼날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깎여 나간 보도 위로 좌판이 깔리고 시계, 구두, 골프채에 LP음반까지 노점이 줄을 이었다.

15년을 이곳에서 시계 노점을 했다는 이경자(50)씨는 "자식 4명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며 "주말이 피크인데 황학동 벼룩시장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손님들 발길이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손님과 단속반 출동 때 빨리 도망가기 위해 물건을 조금씩만 들고 나온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골프채와 카세트 등을 들고 나온 이모(60)씨는 "어제는 오후에 한번 단속반이 출동해 황급히 물건을 챙겨 피신했다가 다시 좌판을 열었다"며 "주말만이라도 맘편하게 장사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학동에 자주 구경 나온다는 양현철(42)씨는 "혹시나 하고 나와봤는데 노점이 여전해 반가웠다"며 "하지만 단속걱정으로 분위기가 살벌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날도 노란완장을 찬 단속반원 200여명이 나왔지만 노점으로의 눈길은 애써 피한 채 차로에 줄지어 서서 차량진입만 막고있다.

서울시 건설행정과 신상철 팀장은 "주중 차도를 막고 하던 노점과 달리 주말은 벼룩시장 형태라 당분간 무리한 단속은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응봉역 인근에 장소를 마련, 벼룩시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학동 내부 골목시장에도 청계천변 노점단속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 오디오, TV 등 전자제품 전문매장은 큰 영향이 없지만 골동품점, 잡화점 등은 청계천변에 몰려드는 손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곱창골목에서 10여년 곱창을 팔고 있는 최모(46)씨는 "강제 철거 이후 일주일동안 매상이 평소의 절반의 절반까지 떨어졌다"고 울상이었다.

황학동 노점상들과 달리 청계천2∼6가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지난달 30일 강제철거 직전 '동대문운동장으로 옮겨 풍물시장으로 전환, 영업하게 해주겠다'는 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주했다.

이들 동대문운동장으로 모인 노점상들도 마음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서울시가 최대한의 홍보와 지원으로 황학동벼룩시장 못잖은 명소로 키우겠다고 하지만 상인들은 쉽게 믿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동대문운동장 입주 '노란딱지'를 받은 노점상은 416개. 5일 오후 각 지부간 제비뽑기를 해 장사 구역을 정한 이들은 노점 구획선 정비 등 준비를 거쳐 12, 13일께 문을 열 계획이다. 서울노점상연합의 최정운 사무국장은 "다들 기대 반 걱정 반인데 서울시가 얼마나 홍보를 잘 해줄 지가 관건"이라며 "장사가 안돼 어려워지면 청계천 공사가 끝나는 대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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