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인적쇄신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예산안이 통과되는 22일께 2∼4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소폭개각을 하고 청와대는 골격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총선출마 인사가 있으면 후속 조치를 하겠지만 현재의 구상은 소폭 개편이다.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시하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적쇄신을 다짐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재신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국정난맥을 초래한 책임을 비켜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재신임 자체가 유야무야 됐기 때문에 인적쇄신도 덩달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가 위기임을 인정한 국정운영에 대한 처방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문제가 채 매듭지어지지 않은 재신임 정국에서 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재신임 요구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인적쇄신 등을 통해 국정개혁의지를 더욱 확실히 하는 것이다.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국민투표를 대체할 재신임 방안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재신임 요구가 잘못 된 것임을 시인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소폭의 인적쇄신으로 재신임 정국을 넘어가겠다는 것은 재신임 발상의 저의를 의심케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여름 청와대 개편 때에도 '카드 돌려막기식 인사'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인적쇄신 요구를 묵살했고, 386측근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끝냈다.
위기에 처한 국정을 바로잡으려면 국정의 시스템과 보좌기능이 원활히 작동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개편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단호히 서둘러야 한다. 불필요한 고집이나 주저는 사태를 더욱 그르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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