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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43>맞벌이 아내여 당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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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43>맞벌이 아내여 당당하라

입력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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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찌 찬밥을 엄마에게?밥을 남기면 아버지에게 종아리를 맞았다. 국을 남겨도 안된다. 밥이건 국이건 먹을 만큼만 그릇에 담아가지고 다 먹어야 한다. 나는 소년시절부터 집에서 뷔페를 먹으며 자랐다, 가 아니라 페미니스트가 될 교육을 어려서부터 배우며 자랐다, 고 해야 옳다.

형제가 많았다. 그 많은 형제자매가 크건 작건 음식을 남기면 혼이 났다. "밥을 남기지 말아라. 너희가 남긴 식어빠진 걸 엄마가 먹게 하지 말아라!"

생선이 상에 오르는 날은 형제자매 모두가 종이 한 장 씩을 상위에 놓고 생선 머리와 가시를 골라내야 한다. "맛있는 살은 너희들이 먹고 왜 비린내 나는 머리와 가시를 엄마가 치우도록 하느냐?" 는 호통을 면키 위해서다.

아들딸이 남겨서 식은 밥이나 국을 엄마가 먹지 않도록 자식들에게 강제를 하는 아버지는 그 막내아들이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페미니스트가 되게 했다. 4명의 아들 모두가 애처가가 된 것은 물론이고.

재산을 물려주지 못한 아버지는 그러나 재산보다 훨씬 훌륭하고 위대한 것을 자식들에게 남겨 주었다.

집에서 찬밥신세면 나가서도 찬밥?

아주 고약한 관습, 또는 가풍 같은 것이 집집마다 있다. 가족이 남긴 음식물의 처리다. 우선 찌꺼기 음식이라도 버리는 것을 죄악시했다. 음식이 부족하던 가난한 시절에는 쌀 한 톨이라도 버리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다.

가장이나 가족이 남긴 음식은 먹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아무도 그 문제에 대해서 이의를 내걸거나 '남기지 않고 먹기 운동' 같은 것을 제의하지 않았다. 가정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상징하는 뚜렷한 사건(?)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아내는 더 이상 찌꺼기음식 처분 담당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실은 이런 것을 테마로 하는 국민운동이라도 있어야 옳았다.

일하는 아내는 더구나 그래야 한다. 일하는 아내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책임지는 사회를 가지고 있다. 찬밥을 먹으면 찬밥신세가 된다. 일하는 여성이 집에서 찬밥 신세가 되면 자신의 사회에서도 찬밥 신세가 될지 모른다. 악담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남긴 음식을 모주리 갖다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일하는 여성다운 지혜가 발휘되어야 한다.

남기지 않으면 버릴 것도 없다?

이 문제를 가지고 최근 30여명의 여성직장인과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뜻밖에도 반수 이상이 남긴 음식 먹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아까워서라기보다는, 음식물을 버리면 안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아내가 살림만 하는 집의 남편은 음식물에 관하여 아내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려 하지 않는다. 남편이 먹다 남은 음식을 아내가 먹는 것은 인권이나 찬밥신세의 차원이 아니라 애정의 차원이라는 궤변도 늘어놓는다.

"남남도 아닌데 남편이 남긴 찬밥을 먹으면 좀 어때?" 이렇게 말한 여성직장인도 있었다. 반대로 "남남도 아닌데 아내가 남긴 찬밥을 먹으면 좀 어때?"라고 말 할 남편은 어디 없을까? 처음부터 아예 남기지 않게 하라. 절약 일변도의 아내 자리에만 머물지 말고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통빡'을 굴려 남기지 않는 가풍을 수립하면 된다. 처음부터 먹을 만큼 덜어 먹게 하라. 습관이 되면 어려울 것도 없다.

그런데도 또 남기거든 다음 밥상에 그가 남긴 밥을 데워서 갖다 주라. 그리고 그 밥이 남아 있을 동안 밥그릇에 밥그릇 임자의 이름을 써붙여 밥상위에 놓아 두라. "남편 오늘도 밥 남기다"라고.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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