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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허리 아픈데 피부과로 가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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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허리 아픈데 피부과로 가라구요?

입력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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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43)씨는 어느 날 갑자기 허리 쪽에 칼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껴 동네 신경외과에서 간단한 약 처방과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통증은 하루 수십 차례나 계속됐고 3일 밤 동안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더구나 허리 통증이 있는 부위에 물집까지 생겼다. 결국 큰 병원 피부과를 찾아갔고 거기서 받은 진단은 '대상포진(帶狀疱疹)'. 연말이 되면서 피부병의 일종인 대상포진을 신경통이나 디스크로 잘못 알고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찾는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왜 생기나

대상포진은 어린이에게 수두(水痘)를 일으키는 '바리셀라 조스터'라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으로 인체 면역이 떨어지는 4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한다.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수두가 치료된 뒤에도 살아 남아 인체의 신경다발인 '척수' 속에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가 인체 면역이 떨어지면 활성화하면서 신경에 침투해 각종 증세를 일으키는 것.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자나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등에게서 집중적으로 발병하며 과로, 스트레스 등을 많이 받으면 젊은 사람도 이 증세로 고통받는다. 암환자,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 복용 환자, 에이즈 환자들도 대상포진에 쉽게 걸린다.

어떤 증상

환자 중 절반 정도는 처음부터 띠 모양의 물집이나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통증이나 화끈거림을 겪게 된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3∼5일간, 길게는 10일까지 물집이나 반점없이 통증만 느낀다. 통증이 심한 경우 산통(産痛)이나 손발을 잘라낼 때 느끼는 정도다. 너무 아파 숨쉬기 곤란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팔 다리가 저리며 근육통을 호소한다.

허리, 배, 가슴, 엉덩이, 팔, 얼굴 등에 심한 통증이 오기 때문에 신경통, 디스크, 오십견, 요로결석, 늑막염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김계정 교수는 "대상포진 환자의 70% 정도가 대상포진의 주증상의 하나가 가슴통증이나 허리통증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병은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인체 부위에 따라 합병증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얼굴 주위에 생기면 얼굴 한쪽이 마비되기도 하며 눈 주위에 물집이 생기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골반 주위에 생기면 방광 부위 신경을 파괴해 소변을 보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합병증은 치료된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는 "환자의 10% 정도에서 통증이 1개월 이상 계속되며 60세 이상의 환자 73%는 8주 넘게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료와 예방은

발병 직후 가급적 72시간 이내에 치료제(항바이러스제)를 1주일 정도 투여해야 한다. 통증이 심할 경우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신경차단요법 등으로 통증을 다스리며, 발병부위에 생긴 반점이나 물집은 약물로 치료한다. 환자 중 통증이 심하고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20% 정도는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대개 1개월 정도 치료하면 병이 낫지만 10∼20%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후유증으로 수주일에서 수개월까지 통증이 계속되기도 한다.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했다고 이 병에 전염되지는 않지만 이 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거나 면역억제제를 먹는 사람은 되도록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하지 않는 게 좋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용철 교수는 "대상포진 환자는 발병 전 심한 스트레스나 무절제한 생활을 통해 몸의 저항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며 "몸을 지나치게 혹사하는 무리한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사람이나 한 번 이 병에 걸렸던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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