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에서는 청진기를 비롯해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각종 기기를 이용해 환자를 진찰하는데 한의사들은 환자를 어떻게 진찰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한의사들은 맥만 짚어서 모든 병을 진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한의학에서의 진단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안색과 태도 등을 보는 망진(望診), 소리의 상태나 체취를 맡는 문진(聞診), 식욕 수면 대소변 각종 통증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질문하는 문진(問診), 신체를 만져서 정보를 얻는 절진(切診)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망진은 눈으로 보면서 진찰하는 방법으로 얼굴색, 피부의 윤기, 정신 상태, 몸의 전체 및 각 부위에 대한 형태 관찰 등이 그 내용이다. 얼굴색의 관찰을 통해서는 질병의 여러 성질과 장부의 질병을 살필 수 있다. 또, 피부의 광택 유무는 내장기 기능의 좋음과 나쁨을 반영해 주는 것으로 질병의 경중과 예후를 판단하게 해준다. 망진에서 특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혀의 상태를 살피는 설진이다.
설진은 설질과 설태의 변화를 관찰하여 질병을 진찰하는 방법이다. 설진은 내장기 기능과 기혈의 중요한 반영체이므로 질병의 경중과 예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설태는 혀 위에 이끼처럼 나타나는 얇은 층의 물질로 위의 상태를 나타낸다. 이를 눈으로 관찰해 위장의 기능과 병의 원인, 성질 및 발생한 위치를 진찰할 수 있으며, 질병의 예후를 판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설태가 흰 것은 질병의 초기나 가벼운 질병에서 나타나며, 허증, 한증, 습증을 나타낸다. 또 누런 설태는 내장에 열이 축적되었을 때, 특히 급성 열병에서 많이 나타난다. 가벼운 흑색의 설태는 열이 심해 체액을 고갈시켰을 때, 진한 흑색의 설태는 만성 질환이나 위독한 질환에서 나타난다.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혀를 단순히 말을 하거나 음식 섭취에 관한 부위로 보지 않고, 질병의 가벼움과 중함, 진행과 쇠퇴 및 예후, 체내 저항력의 강함과 쇠약함, 병이 발생한 부위와 원인, 증상 등의 병의 성질을 파악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절진은 한의사가 환자와 직접 접촉해서 하는 방법으로 일반인에게는 맥진과 복진이 있다. 맥진이 일반인에게조차 잘 알려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복진의 가치는 그 동안 중요성에 비해 폄하된 느낌이 없지 않다.
복진은 환자의 흉복부를 만져 병변과 증상을 진찰함으로써 장부, 경락, 기혈진액 등의 병리변화를 판단하는 진단방법이다. 이를 통해 병증의 성질, 즉 음양, 표리, 한열, 허실과 병증의 형태, 정도를 판별한다. 병증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변증의 중요한 근거가 되며 치료 효과의 관찰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진단법에 비해 배우기가 용이하며 환자에게 적용하기도 편하다.
앞으로는 어쩌면 한의원에 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배만 보여 주는 환자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통령 한방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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