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 형편 등으로 방황하던 10대 소녀가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입양된 후 4개월 동안 폭행에 시달리다 외국인 이웃의 도움으로 악몽에서 벗어났다.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상습적인 구타와 이를 참다 못한 어머니의 가출 등으로 중학교 때부터 외삼촌 집에 기거하던 김모(17)양은 우연히 종교인들의 인터넷 모임을 통해 박모(44·여·베트남 호치민시 거주)씨를 알게 됐다. "불행했던 과거를 잊고 외국에서 공부해 보라"는 박씨의 제안에 김양과 부모는 입양에 동의했고 김양은 6월16일 베트남에 도착했다.
그러나 입양한 지 1주일이 지나고부터 박씨와 남편 김모(32)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루가 멀다 하고 폭행을 했고 급기야 골프채, 홍두깨 등 둔기로 온몸을 때려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혔다. 김씨는 상처부위를 만져주는 척하면서 가슴을 만지고 목욕을 시켜준다며 전신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도 일삼았다.
10월 초 상습적인 구타와 함께 갑작스런 하혈로 병원으로 옮겨진 김양은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몸 속에 사산된 2개월의 태아가 있었던 것.
김양이 학대당하는 것을 보다 못한 프랑스인 이웃이 한국영사관에 이 같은 사실을 고발했고 외교통상부는 김양을 지난달 2일 국내로 데려와 병원에 입원시킨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산경찰청 외사수사대는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받으러 국내에 들어와 있던 김씨 부부를 검거, 5일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씨를 구속하고 아내 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명문대 공학석사 출신으로 국내 대기업의 현지합작법인 사원이며, 박씨는 20여년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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