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직폭력계의 '거물'들이 대한태권도협회에 잇따라 진출, 회장 선출 과정에 개입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다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서울지검 강력부(김홍일 부장검사)는 지난해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선거 과정에서 폭력배 등을 동원해 선거를 방해한 호국청년연합회 전 총재 이승완(63)씨와 회장 선거에 출마해 상대 후보 지지자의 선거 참여를 막고 협회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대한태권도협회 구천서(53·전 자민련 국회의원·사진) 회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또 충청권 조직폭력계의 거물로 구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회장 선거를 방해한 태권도협회 한모(63) 부회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전남 지역 폭력계 대부인 이 협회 박모(60) 전무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는 전임 회장이던 김운용 민주당 의원이 사임함에 따라 지난해 2월5일 개최된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에서 이씨 등과 공모, 상대 후보였던 이모 의원과 이 의원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선거장에 입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다. 구씨는 이 과정에서 협회 부회장인 한씨와 협회 이사 오모(59·구속)씨에게 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각각 2,000만원과 5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선거에서 구씨와 이씨 등이 전국에서 동원한 건장한 폭력배와 태권도인 300여명이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한 채 구씨를 지지하는 대의원만 입장을 허용시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태권도협회에 진출, 부회장과 고문 등을 역임한 이씨는 지난해 9월 태권도용 전자호구 판매업체로부터 공식 경기용 호구로 선정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으며, 2001년에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일했던 H재단의 약점을 잡고 재단 이사진 등을 협박해 8억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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