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지음 실천문학사 발행·9,000원
이경자(55·사진)씨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그 매듭은 누가 풀까'에는 작가의 오랜 문제 의식이 똑바로 서 있다. 그는 창작 초기부터 여성 문제를 천착해 온 작가다. 공격적인 것처럼 보였던 날카로움은 그대로 세우되 세계를 바라보는 눈은 넓혔다.
춤을 추는 여자가 있다. 그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딸의 어머니이고 또 한 여자의 딸이다. 건너편 침대에 누운 남편의 등을 보면서 '이혼하고 싶다'고 혼잣말하고, "엄마가 미워"라고 말하는 두 아이에게 막 사온 빵을 집어 던지고, 위로 받고 싶다고 어머니를 찾아가서는 "엄마는 늘 나를 미워했다구"라고 부르짖는다. '이 시대 최고의 춤꾼'이라는 손하영에게는 억압의 매듭이 온몸에 들씌워져 있다. 그 매듭은 누가 풀까.
무가(巫歌) '청천각시'를 무대에 올리면서 손하영이 겪는 몸과 마음의 파동은 '그 매듭은 누가 풀까'를 물으면서 가는 고난의 길이다.
청천각시의 피어린 고행과 역정에 손하영이 몸으로 동참함으로써 얻는 것이 그 답이다. '빛 같은 것. 자궁 속 열기 같은 것. 고물고물움직이는 생명 같은 것. 그 여자의 텅 빈 자궁 속에, 그 여자의 황량한 영혼 속에 청천각시가 움트기 시작했다.' 억압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것도 여성 자신이요, 그 매듭을 묶어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것도 여성이다. 작가의 말처럼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과 화해하기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이 소설은 주인공 손하영이, 그리고 작가가 스스로를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더 크고 따뜻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김지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