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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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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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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송 지음 현문서가·9,800원

이야기를 깎는 목수가 있다. 목수로서 나무를 깎으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펴서 한껏 자유를 즐긴다. 때로는 익살과 공포를 담고, 때로는 조롱과 비유를 새기기도 한다. 김진송(44·사진)씨. 그는 5년 전만 해도 미술평론가이자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꾸민 전시기획자였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등의 저서를 낸 근·현대 문화연구자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모든 일에 신물이 난다며 훌훌 털고 가족과 함께 경기도 마석 축령산 기슭에 손수 집을 짓고 생계를 위해 톱과 대패를 들기 시작한 그가 이번에는 이야기 책을 냈다. 바로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다. 전에도 책을 펴낸 적이 있고, 나무 인형과 가구를 만들어 '목수 김씨전'이란 제목으로 전시회도 했으니 낯선 것은 아니다. 나무인형 제품(저자는 작품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함)과 관련 이야기를 만들고, 2004년 2월에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까지 하는 것은 처음이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셈이다.

나무 인형 116점 사진과 그 인형들의 이야기 79편이 실린 그의 책은 내용과 구성이 색다르다. 책은 우화나 동화처럼 의미를 되새겨보게도 하고, 삽화처럼 웃음을 자아내게도 한다. '절간의 물고기'라는 글을 보자. 세파에 짠 내가 나도록 시달린 물고기가 절간을 찾아 부처님에 귀의하고 싶다고 했다. 기가 막힌 스님은 절간에 비린 내를 풍길 수 없다며 거부했다. 물고기는 몸을 씻고 돌아왔지만 역시 쫓겨났다. 결국 물고기는 배를 갈라 속을 비우고 찾아갔다. 스님이 벌컥 화를 내며 이번에는 쇠꼬챙이로 꿰어 매달아 버렸다. 그리고 매일 공양 때가 되면 한차례씩 두들겨 패주었다. 이게 절간에 물고기가 걸리게 된 사연이란다.

우리 주변의 일상과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몸부림도 담았다. 어렸을 때 골목을 가로막고 남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심술을 부리는 아이, 비만 오면 뛰어다니며 비를 받아먹기까지 하는 아이, 설거지를 하다가 아파트 숲 사이로 훨훨 날아가고픈 충동을 느끼는 주부의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진지하게 다가온다. 또 '붙잡힌 외계인' '캥거루의 회초리' '달걀 귀신' '메뚜기 우주선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헬리콥새' 등은 기발한 발상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변형하여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림만 넘겨 보아도 재미있을 정도이다.

이런 앙증맞고 깜찍한 인형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듯하다. 실제로 그 동안의 전시에서도 아이들이 인형을 보기 위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고, 어른들을 위해서 인형을 제작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다 그는 "당초 인형을 만들기 위해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꾸며대다 보니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구석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합리성과 계몽주의의 폭력이 횡행하는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타자의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뒤집어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에 실린 나무인형들은 인터넷(www.namustory.com)으로도 볼 수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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