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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선조들이 詩로 노래한 서울의 10대 절경 "한도십영"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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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선조들이 詩로 노래한 서울의 10대 절경 "한도십영"을 아시나요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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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도읍이 들어선 지 600여년. 선조들의 서울 사랑도 그만큼 길고 깊다. 조선초 풍류가객 월산대군과 강희맹, 서거정 등 문인들은 서울의 풍치좋은 곳 10곳을 꼽아 시로써 아름다움을 노래했는데 이를 한도십영(漢都十詠)이라 한다. 한남동 언덕에서의 달맞이, 살곶이벌의 꽃놀이, 한겨울 양화나루의 눈길 걷는 풍경 등 당시 선비들이 뽑은 최고 경승지를 따라 서울 여행을 떠나보자. 시간에 묻히고 개발에 밀려 대부분 그 때 그 경치가 아니라 조금은 아쉬울 터. 하지만 그 흔적 위에 서서 눈을 감고 수백년 전 선비들의 풍류를 상상하면 역사의 진한 향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한도십영중의 첫번째는 장의심승(藏義尋僧). 장의사로 찾아드는 스님들의 모습이란 뜻으로 종로구 신영동에 위치했던 장의사는 신라 무열왕이 장수 장춘랑과 파랑의 충성에 감동해 그들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지은 절로 전해진다. 북한산과 북악, 인왕산 자락이 춤추듯 어우러지고, 계곡이 굽이치는 이 일대의 풍경은 당시 도성밖 제일로 손꼽혀 많은 이들이 찾았다 한다. 장의사 자리엔 세검정초등학교가 들어서있고 주변에 빽빽이 집들이 들어차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인근에 세검정 정자와 흥선대원군 별장인 석파정, 안평대군의 별장 무의정사 터 등이 있다.

한강변 한남동 언덕에 있던 제천정에서 달빛을 감상하는 제천완월(濟川翫月)이 2경이다. 도도한 한강을 굽어볼 수 있는 이 곳에서 강건너 산위로 떠오르는 밝은 달을 구경하는 것이 최고의 흥이라 했다. 서거정은 '…넓은 하늘에 구름없이 맑기도 한 것이/황금떡 마냥 둥근 달이 어느 사이 올라오네/정지간의 맑은 기운 뼛속까지 스미는데/밝고 밝은 그 빛에 털끝도 셀 것 같구나…'라고 노래했다. 지금은 정자가 있었다는 표석만 남아있다.

지금의 서대문로터리, 당시 개성으로 통하는 길가의 반송정(盤松亭)에는 크게 우거진 소나무가 있었는데 그늘이 수십보 넓이를 덮어 길가는 사람들의 좋은 휴식처가 됐다고 한다. 도성 사람들은 풍치 좋은 이곳에 나와 먼길 떠나는 길손을 전송하고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예의로 삼았는데 많은 문인들이 지은 '반송송객(盤松送客)' 시가 전해 내려온다.

누에가 머리를 쳐든 상이라는 잠두봉(절두산) 서쪽, 지금의 양화대교 북단에는 양화진이라는 나루터가 있었다. 하얀 모래밭이 넓게 펼쳐져 있던 양화진의 겨울철, 흰눈이 가득 쌓인 눈길을 걷는 정경이 너무 고와 양화답설(楊花踏雪)이라 노래 지어졌다. 양화진은 조선말 천주교인들이 처형됐던 곳으로 눈길 풍경에 애잔함을 더한다.

인근 마포에서의 한가한 뱃놀이도 마포범주(麻布泛舟)라 해 한도십영에 들어간다.

전관평(살곶이벌)으로 불렀던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일대는 조선시대 왕의 사냥터이자 나라의 말을 기르는 목장이 있던 곳이다. 봄철이 되면 전교심방(箭郊尋芳)이라 하여 들판 가득 풀과 꽃이 무성해 마치 넓은 비단요를 깔아놓은 것 같은 이곳에서 도성 사람들이 화창한 봄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은 살곶이다리가 홀로 남아 살곶이벌의 꽃놀이를 기억하고 있다.

뚝섬을 잇는 성수교부근은 입석조어(立石釣魚)로 찬미되던 경승지였다. 작은 나루가 있었는데 어른 키만한 선돌이 많아 입석포라 불렸다. 고기가 잘 잡혀 낚시터로 애용된 이곳은 살곶이벌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강 가운데 있던 저자도와 건너편의 압구정 경치를 바라볼 수 있어 묵객들이 자주 찾았다. 입석의 아름다움은 아쉽게도 경원선 궤도 밑으로 묻히고 말았다.

이밖에 흥덕골(지금의 명륜동1가·혜화동 북쪽) 부근에 있던 흥덕사 연못의 연꽃이 장관이라는 흥덕상화(興德賞花), 봄철 남산에 올라 꽃을 즐기는 목멱상화(木覓賞花), 사월초파일 종로의 연등축제를 즐기는 종가관등(鐘街觀燈)이 한도십영에 들어간다.

서거정은 '…장안성 중 집마다 온갖 꽃으로 둘린 것이/누각 전당에 오락가락 붉은 비가 내리누나…'라고 남산을 노래했고, 강희맹은 '…하늘위에 항성이 일천 집에 떨어진 듯/한밤중 가는 곳마다 붉은 노을 감도누나…'라고 연등축제를 읊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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