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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보험사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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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보험사 "울고 싶어라"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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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한달 사이에 세번이나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다 내리고 다시 올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보료 U턴 코미디쇼'에 출연했다.경영난을 이유로 금융감독원 승인을 거쳐 지난달 1일부터 자보료를 평균 3.5% 올렸다가 10여일만에 업체간 눈치보기 끝에 슬그머니 보험료를 내린 상위 5개 손보사가 금감원의 강압으로 이달초 보험료를 다시 올린 과정이 담합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손보사 과당경쟁→금감원 개입→공정위 조사'의 수순은 마치 2000년말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는 것 같다. 당시 공정위는 손보사들이 금감원 행정지도에 따라 보험료를 일제히 3.8% 올리자 담합판정을 내리고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당국의 지도에 따른 것이 죄가 되느냐"며 손보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해 말 공정위가 패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 후로 "손보사들이 공정위 괘씸죄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더니 이번에 담합 조사의 재탕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번 '고무줄 자보료' 사태의 책임은 물론 손보사들에 있다. 반복적인 출혈경쟁으로 제살을 깎아먹고, 보험소비자를 농락한 보험사들부터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더 꼬이게 한 것은 보험료 자율화 시대에 직접적인 가격 간섭에 나선 금감원, 자보료 담합조사 재탕을 선언한 공정위이다. 금감원을 따르자니 보험료를 올려야 하고, 공정위를 따르자니 금감원을 거역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한쪽에서는 보험사 부실이 우려된다고 '관치'로 가격을 조정하고, 다른 한편에선 당국 지시에 따라 가격을 올린 보험사를 응징하려는 것은 너무나도 후진적인 코미디일 뿐이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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