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핵폐기물이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으면서 미국에서는 수명이 다된 원자로를 폐기하는 것도 심각한 골칫거리가 됐다.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해안의 샌오노프리 원전에서 폐기된 원자로는 폐기장이 있는 동부의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로 이동하기 위해 앞으로 2만4,135㎞의 긴 여행을 해야 한다. 미 대륙의 동서 거리가 최대 4,500㎞임에도 불구하고 운송거리가 이처럼 길어진 것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육로 운반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4일 철도와 고속도로 당국의 반대로 이 폐기 원자로가 남미 대륙을 돌아 바다로 옮겨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항해거리를 줄이기 위해 파나마 운하 통과를 타진했지만 이도 거부됐다. 폐기된 원자로는 10.5m 높이의 철제 용기에 들어있고 무게는 770톤에 이른다. 내부에는 시멘트를 채워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했다. 원전측에 따르면 방사능 피폭량은 용기 위에 1시간 앉아 있어도 X레이 촬영 한 번 하는 것보다 적다. 용기에서 2.4m 떨어져 있으면 피폭량은 제로 수준이다.
하지만 철도회사는 이 용기가 너무 무겁다며, 고속도로측은 덩치가 너무 크다며 운송을 거부했다. 이는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압력을 고려한 것이다.
원전측이 여러 수송경로를 타진하다 결국 바지선을 이용한 해양수송으로 결정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운반선은 중남미 연안국들의 우려를 고려해 해안에서 320㎞ 이상 떨어져서 항해해야 한다.
미국에서 폐기해야 할 원자로는 앞으로 30년간 50개가 넘는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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