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계 기마민족인 훈족은 서기 4,5세기께 전세계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유럽인들은 '훈족이 문 앞에 와 있다'는 말만 들어도 어른이든 아이든 무서움에 떨었다. 375년 게르만 민족은 이들에 밀려 대이동을 해야 했고, 당시 최고의 문명을 이룩한 서로마제국도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 흉노족이라고 불렸던 이들은 끊임 없이 국경에 출몰했고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다.타고난 용맹과 강인함으로 세계를 제패한 훈족의 정점에 있는 지배자가 바로 아틸라이다. '동방의 폭풍' 또는 '악의 화신'으로 불리며 칭기즈칸, 알렉산더 대왕급의 통치자였던 아틸라가 한민족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구려의 영토 확장에 앞장섰던 광개토대왕과 비슷한 시기에 서유럽을 장악하고 로마 군대를 유린한 주인공이 한민족일 수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이처럼 거침없는 주장을 펴는 주인공은 이종호씨. 공학박사로 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겸임 교수를 지낸 그는 최근 '로마제국의 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백산자료원 발행)이라는 책을 통해 아틸라가 한민족의 일파임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근거는 훈족과 한민족의 신체적·문화적 유사성이다. 구체적으로 훈족의 후예들에게서 몽골리안 반점이 나타나고, 그들이 사용한 활과 화살이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 나타난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또 인골을 분석한 결과 신라의 고분군에서 확인된 것처럼 머리의 골상을 눌러 키우는 관습이 있었고, 장승과 솟대를 세웠다는 것 등을 들고 있다. 또 1994년 독일 국영방송 ZDF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스핑크스, 역사의 비밀'에서 훈족의 고향이 아시아 대륙의 최동단일 가능성이 있고, 그 중에서도 한반도 남쪽의 신라와 가야를 지목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백산학보'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싣기도 한 이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몽골 사람들도 엉덩이 반점이 있고 솟대 신앙이 있다. 또 고고학적 유물과 문헌을 통한 고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실성 여부를 떠나 역사를 움직인 중심에 한민족이 거론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진다. 고구려를 둘러싸고 중국과 '역사 전쟁'을 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최진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