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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떠나 보낼순 없었어요"/中3 아들, 엄마시신과 6개월간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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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떠나 보낼순 없었어요"/中3 아들, 엄마시신과 6개월간 동거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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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단 둘이 생활하던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어머니가 숨지자 6개월이나 시신과 함께 지내다 학교 교사에게 발견됐다.4일 오후 6시50분께 경기 이천시 창전동 단독주택 2층 셋방에서 신모(45·여·다방주방 근무)씨가 안방 침대에 숨져 있는 것을 아들 송모(15)군의 담임교사 오모(42)씨 등이 발견했다.

신씨는 이불을 덮은 채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숨져 있었으며 부패가 진행돼 거의 뼈만 남은 상태였다. 송군은 자신의 방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었다.

담임 오씨는 5월 말 어머니 병간호를 이유로 조퇴한 송군이 학교에 오지 않고 집주소도 달라 연락이 되지 않던 중 수소문 끝에 지난달 19일 송군의 집을 찾아갔으나 신씨가 숨진 것은 알지 못했다. 오씨는 "송군이 씻지도 않고 5개월 동안 머리를 길러 이발과 목욕을 시킨 후 다시 학교에 나오도록 했다"며 "이번에 보일러를 점검하려고 집안에 들어갔다가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송군은 당뇨가 악화해 5월 말부터 집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간호하다 6월4일 어머니가 숨지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낮엔 냄새를 피해 밖에 있고 밤엔 집에 돌아와 잔 것으로 밝혀졌다. 송군은 전기와 가스마저 끊긴 집에서 매달 나오는 30여만원의 정부보조금으로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지냈으나 9월말부턴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 동사무소에 의해 정부보조금마저 끊겼다. 송군은 "죽은 엄마의 추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고 엄마를 지켜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송군과 어머니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8만원짜리 방 2개가 있는 12평 셋방에서 생활해왔다.

학교측은 "송군이 공부도 비교적 잘했으며, 착실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가깝게 지내는 친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송군의 유일한 친척인 이모는 "휴대폰이 끊겨 있어서 5월부터 연락이 안됐다"고 말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한편 집주인 심모(58·여)씨는 "나도 혼자 살고 가정부 하느라 집에 없는데다 신씨가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그런 줄만 알았다"며 "옥상에 올라가다 맡은 냄새도 음식이 썩는 것이려니 했다"고 말했다.

/이천=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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