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제자들간의 대화를 원음(原音)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석가모니의 가르침 가운데 중간 길이의 경전을 모은 '맛지마 니까야'가 한국팔리성전협회 대표 전재성(全在星·50·사진)씨에 의해 우리말로 완역됐다. 석가모니 시대 인도어인 팔리어로 쓰여져 있는 '맛지마 니까야'가 현대어로 완역된 것은 1902년 독일어 번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이다.
전씨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담겨 있는 팔리어 경전 가운데서도 불교 수행의 이론이 논리적으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정리돼 있어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맛지마 니카야'는 중간을 뜻하는 '맛지마(Majjhima)'와 모음집을 의미하는 '니까야(Nikaya)'의 합성어로, 부처님 설법 가운데 1시간 안팎의 길이로 된 152개의 경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역(漢譯) 경전 가운데서는 산스크리트 원전을 고대 중국에서 번역한 '중아함경'이 이에 해당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과 '싯다르타'는 '맛지마 니까야' 독일어 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씨가 팔리어 경전을 번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독일에서 티베트어, 산스크리트, 팔리어 등 불교 고전어를 공부하고 귀국한 1989년에 길이가 짧은 경전을 묶어놓은 '쌍윳타 니까야'(한역 '잡아함경'에 해당)번역에 착수, 2001년 말에 11권으로 완역했다. '쌍윳따 니까야'처럼 이번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불교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평이하게 번역했다. 덕분에 불교경전으로서는 드물게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그는 "쌍윳따 니까야'를 유교 경전 중 '논어'에 비교할 수 있다면, '맛지마 니까야'는 '중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그 동안 산스크리트 원전을 고대 중국에서 번역한 한역 경전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부처님의 가르침 자체가 왜곡되거나 난해해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팔리어 원전을 직역함으로써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을 살려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봉선사 조실)은 "'맛지마 니까야'는 모든 대·소승 불교 교리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 초기 불교의 심장"이라며 "한글, 영어 세대를 위해 과감하게 일상용어로 번역한 시도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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