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웰빙'(well-being)산업이 등장하면서 '실내 꽃조경'이라는 생소한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잘 다듬어진 잔디와 동그랗게 가지치기한 나무로 대변되는 앞마당 조경 대신 아파트나 사무실내 좁은 공간을 꽃과 소품으로 꾸미는 정원 양식이다. 꽃의 색과 향기를 이용해 빈 공간을 채운다는 점에 푸른색으로 덧칠한 캔버스 마냥 답답하고 단조로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기업과 공공기관, 중산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옥상 정원·베란다 정원이 모두 꽃 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요즘의 이런 경향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하영그린의 하현영(41·사진) 사장이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꽃조경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청와대 분수대를 장식했던 꽃 조형과 삼척 세계동굴 엑스포 꽃탑,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 꽃탑, 월드컵 맞이 꽃길 등을 만들어 유명해졌다. 최근 타워팰리스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도 하 사장의 작품이다.
하 사장의 독특한 미적 감각은 꽃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그는 15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플로리스트다. 뛰어난 감각 덕분에 하영그린의 꽃조경 아이템들은 지난해에만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조경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이미 20여개의 가맹점을 냈고, 기술 전수를 위한 조경 아카데미를 개설해 8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남편의 건축사무소도 함께 경영하고 있다. '꽃 재벌'이란 우스갯소리도 곧잘 듣는다.
하영그린의 성공은 하 사장의 재기와 열정의 산물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고등학생, 초등학생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 평범한 주부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외환위기 때 건축사무소가 부도 위기를 경험하면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단군이래 최고 불황'이라며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불황일수록 경쟁은 적고 기회는 많다'는 역발상을 했다.
하 사장은 꽃 조경을 편리하게 만드는 발명에도 관심이 많다. 실제로 퍼즐조화보드, 생화보드시설 등을 개발해 6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베란다의 작은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꽃 조경 아이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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