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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뜨는 간편食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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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뜨는 간편食 죽

입력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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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 맛도 영양도 '죽'입니다.'과음 등으로 속이 불편할 때나 가끔 찾는, 그저 그런 음식으로 생각하기 쉬운 죽(粥). 그래서인지 '식은 죽 먹기' '죽이 되든 밥이되든' '죽 쒀서 개 준다' 등 죽과 관련된 얘기들마저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가볍다. 그러나 세태는 변하는 법. 죽이 한국인의 '지혜식(智慧食)'으로 다시 태어나고있다. 소화가 잘 되고 영양분을 두루 갖춘 데다 다이어트에도 좋은 건강식으로, 또 입맛을 돋우는 별미로 현대인의 메뉴로 각광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전문점처럼 골목 여기저기에 들어선 죽집들의 모습도 예전과 다르다. 40대나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앉아 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 20대 젊은이들이 따뜻한 죽그릇을 비우고 있는 모습은 죽이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는 전천후 메뉴로 떠올랐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 카페나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모던풍의 인테리어를 갖춘 죽집도 늘어난다. 여기에 포장용, 선물용 죽이 인기를 끌고, 24시간 배달까지 하는 집까지 등장하면서 '죽의 24시'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익숙하지만 친근하지는 않은, 잘 알 듯 싶지만 속은 잘 모르는 죽 맛 여행을 떠나보자.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죽집도 패션이다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앞의 '해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커다란 창유리, 4개의 투명한 유리탁자, 깔끔한 인테리어는 카페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곳은 전통 맛을 고집하는 죽집이다. 전국에 110여개의 체인을 둔 죽& 차 전문점 '본죽'도 마찬가지. 편안해 보이는 소파와 테이블은 고급스런 카페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주메뉴는 역시 죽이다.

죽전문점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젊어지고 있다. 죽을 즐기는 젊은층이 늘어난다는 반증이다.

그렇다고 죽 맛이 변할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더 원재료에 충실하고 죽을 쑤는데 기울이는 정성에도 변함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고유의 죽 맛이 나지 않는다.

전통을 먹는 메뉴

최근 오픈한 죽집들이 모던풍을 지향한다면 기존의 유명 죽집들은 전통을 고수한다. 서울 충무로의 죽전문점 송죽의 역사는 40여년, 서소문의 보양죽집은 20년, 역삼동의 다화는 10년 가까이 된다. 이들 집은 죽을 쑤는 과정과 맛은 물론, 테이블과 의자, 메뉴판 하나하나까지 연륜을 담아낸다. 형광등이 안에 들어간 전광판식 메뉴판이 여전히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세련된 맛은 없어도 전통의 향기가 음식맛의 신뢰를 더한다.

새로 쓰는 죽의 24시

이젠 죽도 자장면이나 피자처럼 배달한다. 역삼동 다화는 인근 빌딩에 입주한 기업이 조찬회의를 할 때마다 죽 수십그릇을 주문받는다. 밀봉 용기에 넣어 배달하기 때문에

1시간 정도는 따뜻한 온기가 지속된다.

이 집은 또 24시간 문을 여는 죽집으로도 유명하다. 야밤에 허기를 달래는 야참으로, 혹은 술 마신 후 간단한 요기로, 새벽에 속이 편해진다고 죽을 찾는 이들이 워낙 많아서다. 한남동의 해천도 포장배달에 열심이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대부분의 죽집이 아침 일찍 문을 연다. 아침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죽이 죽인다고나 할까.

■맛있는 집

죽하면 역시 전복죽과 버섯굴죽, 그리고 호박죽이 가장 인기다. 이중에서도 전복죽이 가장 비싸 한 그릇에 1만∼1만5,000원이 보통이다. 야채죽이나 새우죽, 해물죽, 닭죽 등도 꾸준히 잘 팔리는 메뉴로 꼽힌다. 잣죽과 검정깨로 만드는 흑임자죽, 녹두죽 등은 별미로 찾는 이들이 많다. 어떤 죽이든 영양가가 높아 한끼 식사로 충분하면서도 소화가 잘 돼 속이 편하다.

죽에 따라오는 반찬으로는 젓갈과 물김치, 콩나물, 우엉 등이 있다. 죽 자체에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까닭에 반찬의 양이 많지 않다. 짭짜스름한 우엉은 죽을 감칠 맛나게 해주고 머리를 따서 나오는 콩나물은 담백함을 더해 준다.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김치의 신맛과 젓갈의 강한 맛, 물김치의 시원함도 죽과 함께 하는 맛들이다.

/박원식기자

전복죽-깊은바다활전복 (031)704-2227 분당 효자촌먹거리내

전복죽은 보통 하얗지만 요즘엔 푸른 빛깔도 많이 눈에 띈다. 게우로도 불리는 전복 내장을 넣으면 색이 푸르스름해지며 맛이 더 고소해지고 담백해진다. 게우에는 전복 살 보다 영양분이 더 많아 더 진한 맛을 낸다. 전복요리 전문점인 이 집은 이달 말까지 점심특선 전복죽을 5,000원에 내놓고 있다. 원래 가격은 1만원.

자연송이소라죽-미단 (02)2112-2983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빌딩 지하2층

항암효과가 있다는 자연송이와 오돌오돌 씹히는 소라를 넣어 죽을 만들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송이가 들어가 시원담백하다. 떡카페로 유명한 집답게 참소라죽, 야채죽, 쇠고기죽, 해물죽, 닭죽, 영양굴죽 등 모든 죽 메뉴가 떡과 세트로 구성된다. 5,000∼8,000원. 함께 나오는 떡은 꽃단자 흑미단자 대추단자 두텁경단 딸기경단 궁중인절미 등 종류별로 5가지를 골라 먹을 수 있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죽만 제공되며 3,500∼6,500원.

해초죽-해천 (02)790-2944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앞

김 미역 파래 다시마 메생이 등 여러 해초를 갈아서 쑨 영양만점의 죽. 이태원에서 전복요리인 '해천탕'으로 유명한 일식당 해천의 채성태 점장이 개발한 메뉴다. 7년간 태안 해변가에서 다이버로 생활하면서 몸에 좋다는 해초로 죽을 만들면 되겠다고 착안했다. 5,000원.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파란 빛깔의 전복죽을 내놓는다. 주문하면수조에서 살아 있는 전복 한마리를 잡아 죽에 넣어준다. 1만5,000원. 다슬기죽은 5,000원.

흑임자죽-본죽 (02)766-8477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후문 옆 골목

해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죽을 비롯, 버섯굴죽, 삼계죽 등 영양맛죽과 전복죽 단호박죽 잣죽 흑임자죽 등 전통죽 등 20여가지 가까운 다양한 죽을 선보인다. 녹두죽이나 동지팥죽 등도 별미. 5,000∼1만원. 주문 받으면 즉석에서 죽을 만들어 준다. 장조림과 오징어식혜 김치 물김치 등 밑반찬도 고급스럽다. 선물용으로 사가는 고객들이 많다.

호박죽-다화 (02)508-3785 서울 역삼동 상록회관 뒤

골이 깊게 패인 맷돌호박과 단호박을 섞어 호박죽을 만든다. 입구에 놓여 있는 맷돌호박은 늙은 호박에 비해 속이 단단하고 알차다. 그만큼 달지만 더 비싸다. 한 숟갈 퍼 먹으면 호박속을 그대로 씹는 느낌이 실하면서도 부드럽다. 적당히 수분을 머금어 뻑뻑하지 않으면서도 묽은 호박죽과는 차원이 다르다. 살아있는 전복만 쓰는 전복죽도 일품. 여의도 다화(02-783-9808)와는 처남 매부사이. 배달도 해준다.

야채죽-송죽 (02)2265-5129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뒤

죽 전문 40여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사골국물을 푹 고운 육수에 멥쌀을 넣어 뭉개지도록 끓여낸 후 쑥갓 깻잎 시금치 호박 쪽파 등 각종 야채, 다진 쇠고기를 넣어 쑨다. 깨소금과 계란 노른자 김가루를 얹어 보기에도 상큼하다. 되지도, 묽지도 않은 부드러운 느낌에 구수한 향이 살아 있다. 5,000원. 일본관광객들이 문열기가 무섭게 찾는다. 전복죽 버섯굴죽 등이 6,000∼7,000원. 1, 2층 78석, 연중무휴.

새우죽-보양죽집 (02)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 옆

20년 전통의 죽전문점. 새우살이 들어가고 위에 채를 썬 당근 호박 미나리가 얹혀져 나오는 새우죽 맛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하다. 계란 노른자를 풀면 노르스름한 것이 새우 색깔과 잘 어울린다. 5,000원. 흑임자를 쌀과 함께 갈아 만든 까만 깨죽과 잣죽은 고소하다. 인삼죽 7,500원, 닭죽 5,000원. 재래식으로 죽을 쑤고 주문포장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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