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주요 정파 소속 민병대를 저항세력 진압에 투입키로 결정, 이라크 치안에는 물론 향후 정치 구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전후 자신들이 조직한 경찰, 군대로는 치안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미국의 이번 카드는 현 이라크 정치 세력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향후 복잡한 상황전개가 예상된다.
3일 압둘 아지즈 알 하킴 이라크 과도 통치위원회 위원장은 "과도 통치위는 민병대로 새로운 부대를 조직, 저항세력을 무찌를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5개 주요 정파에 소속된 민병대원 750∼850명 규모(대대급)로 구성돼 미군의 지휘를 받게 될 이 연합부대는 바그다드 인근에서 미 특수부대와 함께 저항세력 소탕작전에 참여하게 된다.
연합부대 조직에 참여할 정파는 아야드 알라위가 지도자로 있는 이라크 국민합의(INA), 친미파 아흐메드 찰라비가 이끄는 이라크국민회의(INC), 시아파 최대 세력인 이슬람혁명최고회의(SCIRI), 쿠르드민주당(KDP), 쿠르드애국연맹(PUK) 등이다.
이중 바그다드 안팎에서 자체 치안활동을 펴고 있는 시아파 '사드르 여단'과 쿠르드족 무장세력 '페쉬메르가' 등이 핵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 대대적인 소탕작전에도 불구, 저항세력의 기세를 꺾지 못함에 따라 현지 사정에 능통한 민병대를 활용, 숨어있는 저항세력을 색출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민병대원들이 정파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군 장교가 이들을 지휘토록 하는 한편 부대원 심사를 강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의 결정은 정파 소속 민병대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각 정파가 무장세력을 불리도록 부추겨 각 세력간의 무한 투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이번 조치는 주요 정파 민병대와 수니파 및 바트당 지지자들로 구성된 저항세력간의 '내전'으로 비화할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그하지 야와르 과도통치위 위원은 "이번 조치는 미국의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며 "민병대를 해산해도 부족할 판인데 미국은 이들을 합법화시켰고 결국 이는 이라크 국민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이라크 주요 정파는 특히 자체 인력의 정보기관을 창설할 것을 미국측에 제의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전후 질서는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라크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쪽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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