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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미국전에 모두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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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미국전에 모두 걸어라

입력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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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축구대표팀이 파라과이에 일격을 당하면서 미국과의 3차전 결과에 따라 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 파라과이전에서 비기기만 했어도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는데 방심 끝에 석패, 미국에 패할 경우 자칫 16강 탈락의 화근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그러나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본다. 청소년대표팀이 강호 독일을 상대로 한국축구의 고질적 징크스를 극복하고 첫 단추를 잘 채웠지만 배수진을 친 파라과이에 일격을 당한 것은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 결과로 분석된다. 3차전 상대인 미국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청소년대표팀의 전력으로 볼 때 독일과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력을 재정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청소년대표팀은 파라과이전을 머리에서 지우지 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라 그렇겠지만 잘 할 때는 잘하는데, 못 할 때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플레이를 펼치는 한국축구의 전형적인 악습을 다시는 답습해선 안된다.

우리 선수들은 파라과이전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독일전에서 그대로 했던 세트플레이를 재현하다가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고, 숏패스 보다는 한번에 찔러주는 롱패스에 의한 공격을 자주 시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이종민 최성국의 개인돌파에 의존한 공격은 너무 단순했고 파괴력이 약했다. 측면 돌파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2선에서 빠져 주거나 뒤에서 도와주는 선수들이 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동료들의 지원이 아쉬웠다.

청소년대표팀을 깎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단순하고 예리하지 못한 공격력은 흠이다.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를 이뤄냈던 당시 대표팀은 '벌떼축구'란 별명에서 드러나 듯 공격력이 날카로웠고 적극적이었다. 자로 잰듯한 숏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데다 골결정력도 수준급이었다.

이제 미국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4강 신화 재현을 목표로 삼은 청소년대표팀이지만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달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심하지 말고 독일전에서 보여준 끈질긴 정신력과 공격 루트를 좀 더 다양화 시킨다면 밤잠을 설치고 응원전에 나설 국민들에게 낭보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전 축구국가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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