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특검법 재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투표가 마무리 될 무렵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임태희 비서실장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최 대표의 얼굴엔 9일째 단식에 따른 초췌함이 드러났다. 소속 의원들이 안부를 물어도 눈인사만 할 뿐 입은 굳게 다물어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최 대표는 휠체어를 탄 채 투표한 뒤 표결 결과도 지켜보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장을 나가 당사로 돌아갔다.최 대표는 이날 단식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5일 '단식을 끝내며'라는 성명을 낸 뒤 서울대병원에 입원, 회복 조치를 받을 계획이다. 특검법이 재의결된 데다 소속 의원들이 의총 결의 형식으로 권유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날 오후 5시께 홍사덕 총무가 찾아와 "의총에서 단식 중단을 건의키로 결의했다"고 하자 "고마운 뜻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지난달 25일 받아 보관하던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서를 홍 총무를 통해 반려했다.
전날 밤 현기증으로 잠을 설친 최 대표는 이날 새벽 6시께 일어나 9일째 내버려뒀던 수염을 깎았다. "국민 앞에 추한 모습으로 나갈 수 없다"는 변이다. 이어 오전 7시께 동조 단식 중인 이재오 사무총장을 찾았다. 최 대표는 이 총장의 두 손을 잡고 "고생이 많았다"며 "본회의가 끝나면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하라"고 권유했다.
최 대표는 오전 내내 방문객을 맞지 않은 채 정국 대처 방안을 구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오후엔 국회 출석에 앞서 준비해 둔 양복으로 갈아 입었다. 본회의에서 특검 재의안 투표가 시작되자 최 대표는 임 실장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국회 의사당으로 이동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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