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인데도 마구 달리는 과속 운전자들이 무섭습니다." "도로 표지판의 영어 문구가 너무 작아 운전하면서 보기 힘들더군요." "교통사고 걱정하지 않고 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은 서울 도심 어디에도 없습니다." 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타운미팅'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쏟아낸 서울의 문제점들이다. 서울타운미팅은 서울시가 '서울사람'으로 살아가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을 직접 듣고 그 개선방안을 찾아봄으로써 '서울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는 뜻에서 외국인투자자문회의(FIAC)와 함께 2000년부터 해마다 개최해왔다. 올해로 네번째인 이날 행사에는 외국인 120여명이 참가해 교통, 의료서비스, 주택임대차 관행과 교육 등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이중 가장 많이 지적된 분야는 단골 메뉴인 교통 문제. 다니엘 쉐하퍼(독일·여)씨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무시 풍토로 도로가 난장판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나단(영국)씨는 "표지판이 정반대로 안내하는 바람에 한참을 되돌아 간 적도 있다"며 "외국어 안내 표지가 너무 부족할 뿐 아니라 그나마 있는 외국어 표지도 잘못 표기된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서울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왕콕얍(싱가포르)씨는 "교차 구간을 노란색으로 표시하고 그 구역에는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싱가포르의 '옐로우 존'을 설치해 보자"고 제안했고 제이(미국)씨는 "한국 정부가 폐지한 '카파라치'를 다시 도입해 신호위반 등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이들을 정신차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문제에 있어서 참가자들은 외국인학교 부족과 지나치게 높은 학비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크리스티나(영국·여)씨는 "한국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외국인학교의 커리큘럼과 교육제도가 미국식 일변도여서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의 다양한 제도를 채택하면 좋겠다"고 말해 많은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주택과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남미인은 "보증금을 내고 또 다시 월세를 내야 하는 '전·월세' 시스템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다"며 "심지어 서울의 집세는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연이어 일어나는 강력 범죄 때문에 서울 생활이 두렵다며 서울시와 한국 정부가 강력한 치안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의견과 차보다 보행자가 우선시 되는 도로·교통체계를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에 대한 답변에서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지적한 문제점과 제안들을 꼼꼼히 검토해 시정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市, 공문서 영어 병기 등 외국인 생활 개선책 마련
서울시는 이날 산업자원부와 함께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 5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공문서에 한글과 영어를 병행하고 외국인종합센터에 외국인용 교통종합안내창구 설치를 비롯한 영어민원처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병원, 119기동대, 경찰 등 공용서비스 기관에 영어사용 인력을 배치하고 외국인진료병원 10곳을 추가로 지정해 총 20곳으로 확대하는 한편 외국인을 위한 영어라디오 방송도 개설할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