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보다 떨어진 분양권이 속출하고, 강남에 미분양·미계약 사태가 잇따르는 등 10·29부동산 대책 한 달여를 맞으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 후폭풍이 거세다. 업체들의 분양가 인하 경쟁이 지방까지 확산되는 등 지난 2∼3년간 부풀려진 업체들의 고분양 거품이 본격적으로 걷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LG경제연구소도 이날 '주택가격 대세하락인가'라는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을 맞고 있으며 적어도 2005년까지는 부동산경기가 하향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도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권 속출
불과 두 달 전만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던 강남 분양권 시장에 최근 분양가보다 싸게라도 처분하겠다는 매물이 속출하는 등 분양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풍림 아이원레몬 27평은 분양가(4억9,900만원)보다 최고 3,000만원이나 싸게 팔겠다는 분양권 매물이 다수 나와 있다. 그나마 찾는 사람이 없어 매매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프리미엄이 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강남구 삼성동 우정에쉐르2차 26평형도 분양가(3억5,480만원)보다 2,000만∼3,000만원이 싼 매물이 많이 나와 있다. 강남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강남 상당수 주상복합 아파트 주인들이 손해를 보고도 팔겠다는 매물을 내놓았지만 매수자가 없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인하, 전국으로 확산
건설업체들도 신규 분양 아파트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5일 경기도 교하지구에서 분양하는 진흥효자 아파트는 33평형의 평당 분양가를 694만원으로 책정, 지난달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우남 퍼스트빌 39평형(712만원)보다 20만원 가까이 낮췄다. 지난달 말 청약을 시작한 안양 수리산 현대홈타운2차 분양가는 7월에 분양한 안양동 성원상떼빌1차(796만원)와 10월에 분양한 성원상떼빌2차(778만원)보다 각각 평당 80만원, 62만원씩 낮은 716만원으로 분양가를 내렸다.
쌍용건설 주택사업부 손중태 상무는 "건설업계가 그 동안 적정 수준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현재 주택시장 분위기로 볼 때 내년 아파트 분양가는 지금보다 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들의 분양 기회는 높아져
정부의 보유·거래·양도세 강화로 투기적 가수요가 줄어들고, 분양시장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10월말 서울·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가구를 넘어섰다. 최근 수도권의 미분양, 미계약 아파트 중에는 입지가 뛰어난 지역이 많은데다 업체들이 미분양에 대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무주택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김자혜 사무총장은 "최근 미분양·미계약 사태는 시장침체 외에 분양가 과다책정에 따른 건설업체의 자업자득"이라며 "분양가가 10% 가량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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