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4일 "민주당은 반세기 역사를 가지 정당"이라며 민주당의 전통과 정치적 의미를 강조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DJ 마음잡기' 경쟁이 뜨거운 시점에서 나온 이 발언은 즉각 "DJ가 사실상 민주당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으며 정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 집무실에서 신임 인사차 예방한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조 대표에게 "2대에 걸쳐서 민주당 대표를 하고 있다. 가문에 빛나는 일"이라고 취임을 축하했다. 조 대표가 "상임중앙위원이 40∼60대 균형을 이뤘다"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원들이 참 현명하다"고 화답했다.
조 대표가 '조언과 가르침'을 부탁하자 김 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듯 "민주당은 반세기 역사를 가진 정당으로서 세 가지를 지금까지 지켜왔다"며 역사성을 강조했다. "첫째 자유당, 군사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왔다. 둘째, 시장경제를 주장해 왔다. 셋째, 평화적 남북문제를 주장해 왔다. 당시 이승만 정권의 용공논쟁, 용공매도 속에서 끝까지 원칙을 지켜 쟁취한 5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내가 마지막 마무리를 잘못해서 가슴 아프다"며 회한을 드러냈다. 아들들 비리, 분당 사태 등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이미 나이가 많으니 조 대표가 민주당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조 대표를 수행한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을 "여성계의 독보적 존재"라고 추켜 세웠고 김경재 장재식 상임중앙위원에게는 "고생 많이 했다", "경제 전문가인데 경제가 중요하다"고 일일이 덕담을 건넸다. 조 대표는 이날 다른 대통령 예방 때와 달리 새 지도부를 모두 동반했다.
앞서 조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도 방문했다. YS는 "조 대표가 되니 민주당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조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격려했다. 조 대표는 "과거 민주당처럼 정통성과 국가이념을 확고히 세우겠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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