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제품만이 살아 남을 것입니다."북유럽 최대의 식품 소재 회사인 다니스코의 한국 지사를 책임지고 있는 조원장(46·사진) 대표는 껌에 사용되는 자작나무 추출물 자일리톨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선문답처럼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자사 제품의 효능을 선전할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떨어지기 마련. 자일리톨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치과의사들이 먼저 홍보를 한 것이 주효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00년 1월 '치과 전용 제품'으로 나온 자일리톨 껌은 이후 의사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치솟아 2,700억원대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패가 없는 나라라는 핀란드에 대한 국가 마케팅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신뢰감과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이미지로 대박이 났다는 얘기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국제상사 화학수출부를 거쳐 1988년 화이자 식품사업부의 초대 한국 사업 담당자로 다국적 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일본에선 식이섬유 폴리덱스트로스를 넣은 음료가 발매돼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기능성 식품의 개념도 불명확하던 때였다.
조 대표는 먼저 식이섬유 결핍에 따른 질병 발생의 유형 등을 학계를 통해 연구, 발표토록 지원했다. 외국교수들을 초빙, 지속적으로 발표회도 가졌다. 이렇게 기초를 다진 후 음료 회사에 폴리덱스트로스를 제공, '미에로화이바', '화이브미니' 등의 식이섬유 음료가 나왔고 시장은 고속 성장했다. 94년에는 폴리덱스트로스의 판매량이 일본까지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치솟았다. 96년 화이자 식품사업부는 핀란드 쿨토사에 매각됐고 다시 2000년 다니스코사에 매각됐다. 조 대표는 줄곧 같은 일을 했지만 회사의 주인은 계속 바뀐 것이다. 그러나 바뀐 주인들은 모두 조 대표의 실력을 인정했다.
조 대표는 글로벌기업에서 일하길 원한다면 먼저 '품위있고 예의바른 국제인'이 될 것을 주문했다. 다음 번 히트작은 무엇이 될까. 그는 "요즘 비만만큼 심각한 문제도 없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