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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성희기자의 패션파일-12월에 컬렉션을 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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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성희기자의 패션파일-12월에 컬렉션을 한다구요?

입력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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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대학생들 졸업작품 발표회도 아니고…”스파컬렉션이 한창이었던 3일 현장에서 만난 한 패션관계자는 ‘디자이너들의 학예회 같다’며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12월에 여는 봄ㆍ여름시즌 컬렉션이란 어불성설이라는 거예요. 국내 대표급 디자이너 컬렉션인데 너무 폄하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꼭 틀린 말은 아니더군요.

컬렉션은 보통 제 시즌보다 6개월 앞서서 열립니다. 가을에 내년 봄ㆍ여름을 겨냥한 컬렉션이 열리는 식이지요.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에서 다음 시즌 유행할 스타일을 제안하면 백화점이나 판매상들이 제품을 주문하고 제조업자들이 주문에 맞춰 제품을 생산, 신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위한 것입니다. 화려한 구경거리쯤으로 오해받기 십상인 컬렉션이 사실은 냉혹하고 치열한 비즈니스의 현장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스파는 12월에 열렸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내년 2월초 시장에 선보일 봄 초두상품기획이 끝나가는 시기이지요. 물론 스파의 늑장행사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파의 한 멤버는 “워낙 경기가 좋지않다보니 가을에는 패션쇼를 할 여력이 있는 디자이너들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지난 9월 총회에서 컬렉션 참가를 확답한 사람이 5명에 불과했겠느냐. 12월 이후에 하자는 의견도 꽤 나왔다”고 말하더군요.

또 스파멤버들이 통합컬렉션인 10월의 서울컬렉션위크 참가결정을 뒤집고 자체행사를 결정한 것도 늑장개최의 한 이유가 됐습니다. 그러나 패션쇼를 할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힘들어서 컬렉션은 10월에서 11월, 다시 12월로 연기됐지요.

12월에 들어서며 디자이너들의 형편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몰라도 컬렉션에는 14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했습니다. 20명 회원중 절반을 넘겼으니 외형은 갖춘 셈입니다. 그러나 숫자가 늘어난 대가로 스파는 ‘원님 떠난 뒤 나팔부는’격이 됐습니다. 어차피 국내 컬렉션에는 바이어도 없고 제품수주도 일어나지않으니 별 문제없다고 판단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국내 대표급 디자이너들 마저 컬렉션의 기능과 모양새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패션트렌드의 국제화, 동시화 시대’에 한국에서 컬렉션을 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로지 디자이너의 인지도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컬렉션, 좀 우울하지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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