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길을 가다 '오우, 이 노래 신나는데?'라는 '필(feel)'이 오는 노래를 들었다면 거북이의 'Come On'일 가능성이 크다. 그룹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빠른 비트에 '다 필요 없어 난 느낌이야 편하고 통하면 끝이야… 그냥 나 솔직하게…. come on'하고 시원스레 부르는 여성 보컬의 목소리는 마냥 신나고 흥겹다. 연말 파티가 생각나기도 하고 혹은 떠들썩한 여름해변이 떠오르기도 한다.이들의 지상목표는 "신나고 기분 업(up)되는 음악 하기". 진지하고 무거운 음악도 좋지만 듣는 사람이 잠시나마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노래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남자 한 명에 여자 둘, 흔치 않은 조합의 거북이는 지난해 1집에서 민중가요 '사계'를 신나는 댄스곡으로 리메이크해 화제가 됐다.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인 줄 알기나 하고 부르느냐"는 운동권 세대의 반응에 놀랐을 정도로 원곡이 주는 부담은 역시 적지 않았다. 2집은 좀 더 거북이답다. 그들이 원하는 노래가 '마냥 신나는 노래'임을 생각할 때 말이다.
멤버 교체도 변화에 큰 몫을 했다. 래퍼 터틀맨(본명 임성훈)과 Z―E(본명 이지희)의 조합에 새로운 보컬 금비(본명 손연옥)가 합세했다. 금비의 뻥 뚫린 듯 시원한 목소리는 이들의 노래를 더욱 흥겹게 하는 탄력제로 작용한다. 외모도 그렇고 래퍼의 역할이 중요한 그룹이니 만큼 외견상 힙합 그룹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우리는 그냥 댄스가수"라고 못 박는다. "우리 역량은 아직 댄스그룹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겸손한 자세가 오히려 이들을 돋보이게 한다.
노래는 주변의 이야기, 또 멤버 자신의 이야기다. '장군에게'는 터틀맨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화려했지만 만년은 그에 비하면 쓸쓸했어요. 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소외 받는 국가 유공자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할 때 그는 참 진지해 보인다.
내년 봄에는 리메이크 음반을 따로 낼 예정. "옛날 노래 하면 어른들은 그 노래의 맛을 아느냐고 물어요. 맛까지는 몰라도 묻혀 있는, 아까운 노래를 다시 꺼내 부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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