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6자 회담의 연내 개최 문제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푸잉(傅瑩)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의 미 국무부 고위 관리 면담 직후 6자 회담 연내 개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미국 언론을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중국측은 이번 방문에서 2차 6자 회담에서 발표할 공동선언문 초안을 들고와 미국측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공동발표문이 없었던 8월의 6자 회담과 달리 2차 회담에서는 6개국이 합의하는 성과물을 내놓도록 하기 위해 세심한 사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2차 6자 회담 개최를 위한 회담 주최국의 막바지 중재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은 회담 개최에 앞서 다른 나라들에 북한 핵 위기 해결을 위한 협상의 범위를 정하고 정례적인 대화의 틀을 마련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 작성에 동의할 것을 제안했다"며 "중국은 무엇보다 다음 회담을 성공작으로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중재안은 미국에 의해 사실상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共同)통신은 "한미일 3국은 중국의 제안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때문에 6자 회담이 연기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게 할' 정도의 검증에 대한 구체적 표현을 담기를 원하고 있다.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은 이날 "북한에 대한 문서 안전보장안은 북한이 다시는 핵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확신할 만큼 효과적인 검증 체제의 이행이라는 맥락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해 검증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안전보장이 우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핵 폐기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무장해제를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핵 폐기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 등 구체적인 보상을 담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에 극적 반전이 없는 한 6자 회담의 연내 개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6자 회담이 가까운 시간 내 열릴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보도했다. 막판 타협의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를 좁히려는 관련국의 막바지 외교 노력도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중요한 것은 회담의 개최 자체가 아니라 회담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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