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방사돼 자연적응중이던 수컷 반달가슴곰 2마리 가운데 '반돌'이 지난달 17일 치료를 위해 보호받던 우리에서 빠져나간 사실이 보도되면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환경부 주도로 이뤄지는 멸종위기 동물복원사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프로그램. 그러나 이 사업은 예산부족 등 각종 난관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반달가슴곰 복원프로젝트
반달가슴곰의 복원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께. 황새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복원에 대한 국립환경연구원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그 결실로 만주에서 들여와 3개월간의 야생적응훈련을 거친 '막내' '반순' 등 암컷 2마리와 '반달' '장군' 등 수컷 2마리가 2001년 9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그러나 그해 10월 '막내'는 등산객을 따라다니는 등 야생상태 부적응을 보여 우리에서 키워지고 있고 '반순'은 지난해 7월 올무에 걸린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월에는 반달가슴곰 복원을 목표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관리사무소 남부지소 산하에 관리팀이 출범했다. 현재 '장군' 과 '반돌' 은 동면에 들어가는 등 야생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갖가지 난관 산적
반달가슴곰 복원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관리팀은 14명으로 출발했으나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인원이 24명으로 늘어 24시간 3교대로 방사된 곰들을 추적·관리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인원이 19명으로 축소됐다.
환경부는 2011년까지 지리산 일대에 50마리의 반달가슴곰을 증식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11월 총 155억원 예산이 소요되는 '반달가슴곰 관리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식지 특성연구, 인공증식기술개발 등 거창한 계획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21억원의 필요예산 중 4억5,000만원만이 확보됐고 내년에는 43억원의 필요예산 중 겨우 6억5,000만원만 예산에 반영됐다. 직원들의 인건비와 곰들의 민가피해 대비 대물보험비(연 5,000만원)만으로도 예산은 빠듯하다.
'반돌'이 치료를 위해 가둬져 있다 탈출한 우리 역시 관리팀의 공적재산이 아니라 팀원의 개인 소유물이며 장소 역시 지인 야생농장이었다는 사실은 반달곰복원프로젝트의 열악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형장비 구입 등은 꿈도 꿀 수 없다. 현재의 무선 수신기는 곰들이 장애 지형에 은신할 경우 신호가 잡히지 않아 대당 1,200만∼1,400만원 하는 위성수신기(GPS)로 교체해야 하지만 예산이 없어 사실상 포기상태다. 또 내년에 러시아에서 6마리의 새끼 반달가슴곰을 들여와야 하는데 이 경비를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한상훈 관리팀장은 "직원 19명중 18명이 연봉 1,500만원 미만의 계약직인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전문적인 연구는 고사하고 방사된 곰 2마리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벅차다"며 "정상적 복원사업을 위해서는 조사팀 분석팀 기획팀 수의사 등 최소한 30여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타 복원 사업들
반달가슴곰 이외의 멸종위기동물 복원사업은 94년부터 월악산 등에서 환경부가 진행중인 산양복원사업과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황새 복원사업 등이 있다. 식물로는 한택식물원과 한라수목원이 올해 둥근잎 꿩이비름과 개가시나무를 각각 주왕산과 제주에 이식해 복원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이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녹색연합 이유진 간사는 "환경부가 세부 계획과 예산 확보도 없이 반달가슴곰 복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멸종생물종 복원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예산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새끼곰 야생화 과정은
반달가슴곰 복원에는 해외에서 도입하는 방법과 새끼곰을 야생화하는 방법이 있다. 도입은 다 자란 곰을 그대로 옮겨오는 방법으로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반면 새끼곰의 증식은 1994년 러시아에서 세계최초로 이뤄졌고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 '반돌' '장군' '반순' '막내' 의 실험과정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의 정을 받은 '막내' 가 방사 2개월만에 등산객들에게 접근하는 등 실패를 겪기도 했다.
다음은 국립환경연구원의 김원명 연구사가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중앙산림보호구에서 새끼곰의 야생화 과정을 관찰한 기록.
새끼곰 야생화 과정의 핵심은 '곰이 인간을 인식하지 않게 하는 것' 이다. 곰은 성정이 순하고 인간을 두려워해 야생상태에서는 인간을 피해 다니지만, 야생화가 이뤄지지 않은 곰은 인간의 음식에 관심을 보이고 인간을 따라 다니게 된다.
야생화의 핵심기간은 이유기인 3∼7개월. 특히 중요한 기간은 생후 5개월로 이때는 곰에게 일종의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 시기의 새끼곰에게 인간은 '얼굴과 손에 털이 없는 동물'로 인식되기 때문에 사육사는 검은 옷과 검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 장갑을 낀 채 '어미 곰 행세'를 한다. 곰은 인간의 체취에 민감하기 때문에 향수나 비누를 사용해서 안되며, 일관된 교육을 위해 사육사도 2명 이하여야 한다. 곰이 사육사를 인간으로 인식하고 정을 느끼는 순간 야생화는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에 친밀한 스킨십도 하지 않아야 한다.
또 사육사는 먹이 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먹이도 먹기 알맞도록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야생상태에서처럼 자연스럽게 흩어 놓는다. '불가근 불가원' 이 야생곰 사육의 원칙이다. 곰이 생후 5개월을 지나도 자기 방어본능, 공간에 대한 인지능력, 먹이 탐색 능력 등 야생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인간을 찾게 된다.
● 외국 곰 복원 사례들
현재 전세계에 서식하고 있는 곰은 미국흑곰 회색곰(불곰) 판다곰 반달가슴곰 등 모두 8종류. 그중 미국흑곰만 1950년대 미국 등의 복원사업으로 안정적인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 종들은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칸소주의 흑곰 복원사례가 대표적. 20세기초 무분별한 포획으로 1927년에는 흑곰의 수가 25마리까지 급감하자 주정부는 곰 수렵을 금지시켰다. 아칸소주는 캐나다 등 다른 지역에서 250여마리의 흑곰을 들여와 복원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58년부터 68년까지 11년동안 복원사업을 펼친 결과, 90년대에는 흑곰의 숫자가 2,500여마리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개체 증식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서 온 흑곰들의 무리한 이종교배로 유전적 정체성이 불분명해졌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불곰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한군데였으나 1917년 이후 완전히 멸종됐다. 오스트리아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서 불곰 수컷과 암컷 1마리씩을 도입해 89년 새끼 3마리를 번식시켰다. 이후 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99년 30마리로 증식됐다.
러시아의 불곰복원 사업은 70년대부터 시작됐다. 90년대에는 세계 최초로 사육곰의 새끼를 이용한 자연복원에 성공했다. 생후 3개월 된 곰 새끼를 울타리가 쳐진 야생적응장에서 4개월 정도 적응훈련 시킨 뒤 자연 방사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도 이 방법으로 반달가슴곰 복원을 시도하고있다. 94년부터 2000년까지 모두 68마리를 자연방사해 1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자연적응에 성공했을 정도로 성공률이 높았다.
이밖에도 이탈리아는 99년부터 곰복원 사업을 시작, 향후 20∼50년간 개체수를 최소 50마리로 증식시킬 계획이고 대만 역시 94년부터 곰 증식 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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