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강남 도로망의 유일한 숨통이라며 서울시가 2조600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해 온 강남순환고속도로(영등포구 양화동―강남구 일원동 수서IC, 34.8㎞) 건설 계획이 곳곳의 암초들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대와 환경단체들이 관악산 생태계를 훼손하고 교육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계획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고, 서초전자공고측도 학교 옆으로 지나는 노선을 변경하라며 뒤늦게 목청을 높이고 나선 것. 수 차례나 보완을 거듭했지만 아직 매듭짓지 못한 환경부 환경영향 평가도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일단 서울시는 겉으로는 태연하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만 나오면 당장이라도 공사를 시작하는 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 시는 2001년 12월 환경부에 첫번째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이후 세 차례나 보완해 지난 10월 마지막 평가서를 제출, 이 달 안으로 협의가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협의를 마치는 대로 내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8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평가서를 다시 돌려 보낼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 평가서에서도 방배동 서초전자공고 부근 등 일부 구간의 이산화질소(NO2) 수치가 서울시(0.04ppm/년)와 환경부 기준치(0.05ppm/년)를 초과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유럽산 첨단기기 도입을 검토했으나 그 효과가 확실치 않아 포기했다"며 "모든 구간에서 기준치에 맞추기는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뒤늦게 노선을 확인하고 반발에 가세한 서초전자공고도 만만찮은 변수. 학교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 도로를 놓는 것은 서울시가 '학교 경계선 200m 이내에서는 대기와 소음·진동 기준치를 초과할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계획상의 노선대로 도로가 개설되면 지난 해 설치한 연못과 학교 담 일부를 없애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학교측과 학부모들은 노선 변경 등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를 방지할 대책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시와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맞닥뜨린 최대 복병은 서울대와 환경단체. 서울대측은 교문 앞에 관악터널과 신림터널을 잇는 입체고가도로와 관악IC를 설치한다는 현 계획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서울대는 부총장이 이끄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사 백지화'를 요구하는 한편 20여 개 환경단체와 함께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결성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순환도로가 관악산, 우면산 환경 및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부순환도로의 정체 해소 효과도 불확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물러설 수 없는 이유에는 대학측이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 온 사대부중고 이전 부지 바로 옆에 신림터널이 들어서게 된다는 점도 포함된다. 서울대는 사범대와 부속중고의 교육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1994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학교 이전 교육부 승인을 받은 데 이어, 2007년 개교를 목표로 현 공원용지인 예정부지를 학교용지로 전환해 줄 것을 관악구에 요청해둔 상태. 소음과 공해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서울대측의 주장에 대해 관악구와 서울시는 "터널과 터널 사이에 투명 막을 설치하고 이중으로 숲을 조성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대부중고 이전부지 용도변경 최종 결정권이 시에 있는 만큼 서울대와 협의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택근 팀장은 "환경영향평가 결론이 지연되면서 계획이 2년이나 늦춰진 만큼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는 사대부중고 이전을 포기하더라도 순환도로 건설 반대 입장은 불변이라고 못 박고 있어 팽팽한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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