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닮았다는 소리보다 저만의 색깔을 찾고 싶습니다"신인가수 레이(22·본명 김승겸)의 노래를 들으면 두 번 놀란다. 임재범과 J.K. 김동욱을 반씩 섞어 놓은 듯한 낯익은 목소리, 그리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풍부한 성량과 탁월한 고음 처리에 놀라게 된다.
타이틀곡 '못다한 사랑'이 실린 데뷔앨범을 이제 막 발표한 레이는 갓 스물을 넘은 청년이라 믿기에는 너무 중량감이 있고 노련하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다. 여리고 소녀 취향에 가까운 이름과 달리 목소리와 체격은 남성적이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학교에서 대중음악을 하는 걸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게 사실이고 대중음악을 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하고 싶던 노래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행복할 뿐"이라고 말한다.
노래는 그에게 어려운 시절을 헤쳐가는 도구였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중고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그는 노래로 친구를 사귀었다. "말도 안 통하고 빨리 미국 애들과 친해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길 가다가 아무나 붙잡고 노래를 불렀어요. 유영진의 '두 번째 이별'이었죠. 그랬더니 학교에서는 덩치 큰 낯선 동양애가 아무나 팔목을 잡고 노래를 부른다고 이상한 애 취급을 했죠. 그런데 결국 친구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이제 막 가요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금 그때와 같은 친화력과 당당함으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할 시기가 왔다. "대중은 항상 엄격하다"는 사실도 벌써 깨달았다.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든 게 신인가수가 인정 받는 거라지만 미리 겁 먹을 건 없잖아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최지향기자
사진=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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